[메트로 라이프]장애인 택시운전사 김순자씨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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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장애를 딛고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며 서울을 ‘손으로 달리는’ 김순자씨. -박주일기자
하반신 장애를 딛고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며 서울을 ‘손으로 달리는’ 김순자씨. -박주일기자
“움직이기 불편한 몸이어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어요. 택시운전을 선택한 것도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아요.”

김순자씨(47·여)는 목발에 의지해야 움직일 수 있는 하반신 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서울 시내 곳곳을 많이 돌아다닌다.

서울 노원구 Y운수회사 소속 택시운전사인 그에게 운전은 생업인 동시에 ‘서울이라는 넓은 세상’과 만나는 창구다.

그는 여느 운전사처럼 하루 12시간씩 택시를 몬다. 일을 마치면 온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보통사람들’처럼 직업을 갖고 있으매 행복하다.

“예전에 택시를 잡으려다 수없이 승차거부를 당하곤 했지요. 그때 ‘내가 운전사가 되면 절대 저러지 않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택시운전사가 된 뒤에는 장애인은 물론 만취한 손님이라도 반갑게 맞이하죠.”

자신이 원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김씨는 요즘 “운전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매일 회사에 납입해야 할 8만∼9만원을 채우지 못할 때도 적지 않기 때문.

그래도 그는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며 밝게 살자’는 게 그의 생활신조다.

김씨는 1999년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했지만 3년 가까이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택시회사들이 장애인 운전사 고용을 꺼렸기 때문. 면접에서 낙방하기를 수차례 거듭한 끝에 2002년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하지 않는 Y운수에 취업했다. 이 회사의 운전사 120명 중 장애인은 30여명. 이 중에서 김씨가 홍일점이다.

“하반신 장애인이라도 차량에 핸드컨트롤(손으로 조작해 운전하는 보조기구)만 부착하면 운전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어요. 하지만 운전석 옆에 목발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중간에 내리는 손님도 간혹 있지요.”

하지만 손님 중엔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에 장애를 딛고 운전하는 모습에 나도 용기를 얻었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면 장애, 비장애를 떠나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됐음을 실감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하반신 장애인이 된 김씨는 9세 때부터 재활학교를 다니며 자수를 배웠고 텔레마케터로 일하기도 했다. 20년 전 하반신 장애인인 남편과 결혼해 2남을 두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의 임대아파트에서 넉넉지 않은 살림을 꾸려가고 있지만 친구 같은 남편과 항상 엄마를 배려해 주는 두 아들이 너무 고마워 늘 감사하는 마음뿐이라고 한다.

“3년 무사고를 채워 개인택시를 갖는 게 꿈이에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운전대를 놓지 않을 겁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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