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신화’가 쪽박인생으로=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999년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둔 유명 식음료업체인 I사 대표 김모씨(30·구속)는 국내 카지노에서 바카라(카드 게임의 일종) 도박에 빠져 투자자들에게서 모은 투자금 80억원을 탕진했다.
서울 신촌에서 빙수 사업을 시작한 김씨는 문을 여는 곳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강남역과 코엑스에까지 체인점을 열었고 여러 언론에서 주목받는 청년 사업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 중순 우연히 찾은 카지노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도박의 늪에 빠지자 ‘돈 잘 쓰는 젊은이가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조직폭력배들과 전문 도박꾼이 꼬여들면서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김씨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지난해 12월 투자자들을 상대로 100억원의 사기 행각을 벌이다 결국 구속됐다.
▽연예계 큰손이 하우스 개설=강남 유명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폭력조직 자금책으로 활동하던 한모씨(41·구속). 한씨는 1997년 유명 연예인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I사를 설립하고 2002년에는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도 인수하는 등 사업 수완을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우연히 찾은 국내 카지노에서 도박맛을 본 후 수십억원을 탕진했다. 이후 한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이 공동운영하는 제주 K호텔 카지노에 내국인을 상대로 40억원대의 바카라 도박장을 불법으로 여는 등 3차례에 걸쳐 100억원대의 사설도박장을 개설하며 스스로 ‘도박 사업’에 뛰어들었다.
▽‘타짜’에 걸려든 봉=건설업자 김모씨는 한 사립대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모발관리 회사 대표라며 접근한 사기도박사 손모씨(47·구속)를 만났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부유층 행세를 하던 손씨는 김씨와 골프를 치고 부부동반 모임을 가지며 친분을 쌓은 뒤 김씨를 도박판으로 이끌었다.
손씨는 순서를 미리 조작한 카드(속칭 ‘탄’)를 이용해 김씨가 상가분양금으로 받아둔 200억원을 우려냈다. 손씨와 함께 사기도박을 한 외국계 금융회사 컨설턴트 김모씨(49)와 무기거래상 김모씨(46)도 ‘잘나가는 사람들’이었지만 손씨의 유혹에 빠져 전문 사기도박꾼으로 전락했다.
▽수사발표=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경재·李慶在)는 한씨 등 9명을 상습도박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도박 알선업자 주모씨(36)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은 또 필리핀, 마카오 등의 유명 카지노로 한국인을 데려가 도박을 하게 하는 등 해외 원정 도박을 알선하고 카지노측으로부터 도박수익의 약 20%를 알선료로 받은 폭력조직 서방파의 조직원 이모씨(41) 등도 구속기소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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