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메트로 피플/국제여객선 항해사 황세미씨

  • 입력 2004년 10월 31일 20시 24분


“항해사는 선박을 장기간 운항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건강해야 합니다. 또 예기치 못한 기상변화 등 긴박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정확한 판단능력과 용기가 필요하지요.”

매주 세 차례 인천과 중국 웨이하이(威海)를 오가는 국제여객선인 위동항운의 ‘뉴골든브릿지2호’를 운항하는 황세미 항해사(28·여).

2001년부터 3년째 이 배에 근무하고 있는 그녀는 인천지역 최초의 국제여객선 여성 항해사다. 인천항을 이용하는 8개 국제여객선사 소속 40여명의 항해사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항해사는 선박의 위치와 항로를 결정해 항해계획을 수립하고 선원들의 활동을 지휘한다. 화물의 선적, 하역 등을 담당하는 갑판부를 지휘 감독하는 것도 항해사의 업무중 하나다.

3등 항해사인 황씨는 배의 지휘실에 해당하는 선교(船橋)에서 각종 운항계기의 수치를 파악하는 등 최고 책임자인 선장을 보좌해 여객선의 안전한 운항을 돕는다.

운항 중 선박의 소화기 등 안전설비를 점검하며 각 부서에서 들어온 보고사항을 선장에게 알리고 선장의 명령을 전달하는 것도 그녀의 업무다.

“호주에 유학할 때 바다에 떠 있는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선박들을 보면서 항해사라는 직업을 막연히 동경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2000년 귀국한 그녀는 국내 일간지에 게재된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의 해기사(海技士) 6개월 단기교육생 모집광고를 보고 지원서를 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외동딸이 ‘금녀의 벽’이 두터운 직업인 항해사가 되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완곡하게 반대했지만 바다를 향한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약진으로 해상 교역이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항해사란 직업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며, 여성 항해사도 많이 등장할 것”이란 그녀의 설득에 결국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연수원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인천과 중국 칭다오(靑島)를 운항하는 국제여객선 ‘향설란호’에서 1년간 실습한 뒤 항해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승객 650여명을 태울 수 있는 2만6463t급 여객선인 뉴골든브릿지2호가 인천항을 출발해 웨이하이에 도착하는데는 꼬박 12시간이 걸린다.

지금까지 200여 차례나 중국을 왕복했기 때문에 선교에서 혼자 당직 근무를 서도 일정한 항로를 찾아 여객선을 운항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 순간의 방심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선교에 들어서면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여객선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승객들의 불편 사항이 있었는지를 반드시 확인 점검토록 승무원들에게 당부한다.

황씨는 “인류가 발명한 교통수단 중 선박의 사고율이 가장 낮다”며 “바다에서 장엄한 해돋이를 맞아 본 사람이면 누구든 한번쯤은 항해사를 꿈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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