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조영식]우리 선거제도에 자부심 가져야

  • 입력 2004년 11월 5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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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식
대통령중심제의 원조라는 미국의 대통령선거 과정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미국 선거제도가 낯설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얘기한다. 우리와 달리 간선제이고 주별 승자 독식제 방식을 채택한 것부터 생소하다. 또 주마다 유권자 확정절차나 투표방식도 다르다.

가장 기초적 선거절차인 유권자 등록과정에서 이중등록, 허위기재, 주별 등록자격의 작위적 운영 등의 논란이 빚어졌다. 미국은 유권자가 투표를 하려면 자신이 직접 선거위원회에 신청해야 하는 신청등록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처럼 주민등록제가 없어 유권자를 확실하게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등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나, 신청등록제로 인해 소수인종이나 저소득층의 투표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국가가 직권으로 유권자를 빠짐없이 선거인명부에 등재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20세 이상의 국민은 당연히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우리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신원확인을 돕는 주민등록제도와 잘 짜여진 행정전산망이 우리의 선거관리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물론 미국은 다인종의 연방제 국가인 데다 선진국치고는 문맹률도 높아 제도의 좋고 나쁨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제도가 훨씬 앞선 것은 분명하다. 어쨌든 이번 미국의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선거제도와 문화가 후진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고정관념을 이제는 바꾸어도 좋을 듯싶다.

다만, 승자 독식이라는 미국 특유의 선거제도는 오랜 정치적 전통과 체험에 의해 유지되어 온 제도라는 사실만은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복잡하고 허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지만 그때마다 정치력이 발휘돼 극단으로 치달은 예는 없었다. 아울러 선거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패자가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미국의 선거문화는 우리가 반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조영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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