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할머니는 중국에서 광복군으로 활동하다 일본군에게 잡혀 순국한 독립운동가 오수암씨의 외동딸로 생후 일주일 만에 그의 어머니 역시 일본군에게 목숨을 잃었다. 혈혈단신으로 생면부지의 중국인 가정에서 자란 오 할머니는 1943년 13세의 나이로 광복군에 지원해 항일투쟁에 나섰다. 광복 후엔 개성간호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개성도립병원 간호사로 일하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백골부대 간호장교로 자진 입대했다.
오 할머니는 1952년 4월 강원 화천 파로호 전투에서 인민군 6명을 사살하는 공을 세웠지만 포로로 잡혀 치아, 손톱, 발톱을 모두 뽑히는 고문을 당했다. 탈출 과정에서 오른쪽 다리 관통상을 입고 중공군 시체더미에서 10일간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1953년 2계급 특진해 대위로 전역한 뒤 어느 날 길을 지나다 서로 싸우는 군인들을 보고 “전우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데 전우끼리 싸우느냐”고 1시간 동안 일장훈계를 했다. 이를 들은 소대장이 강연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계기가 돼 다시 군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오 할머니는 전쟁의 참상과 국가안보의 소중함을 장병들에게 알리는 ‘안보 전도사’가 돼 50여년간 사흘에 1번꼴로 전국을 누볐다. 특히 백골부대와 인연이 깊어 ‘백골 할머니’라고 불렸으며 생애 마지막이 된 5014회째 강연도 지난달 중순 이 부대에서 했다. 1953년 결혼해 슬하에 2남3녀를 두었다. 발인은 7일 오전 9시 30분 대전 신탄진 보훈병원 영안실. 042-935-7499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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