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전교조는 떳떳한가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26분


한국사학법인연합회가 7일 개최한 ‘사립학교법·교육법 개악 저지 전국교육자대회’에는 평생 교육사업에 매진해온 백발이 성성한 사학 설립자부터 국공립학교 교장까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집회라고는 난생 처음 나온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사학단체들은 여당의 개정안이 사학의 자율권을 위축시켜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며 국회통과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최악의 경우 학교 폐쇄의 각오까지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국공립교장과 사학 관계자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반응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교조는 이날 대회에 앞서 성명서 등을 통해 “기득권에 눈이 멀어 국민의 교육권마저 협박하는가”라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징계한 것처럼 교장들의 집단의사 표명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교조의 투쟁 내력을 되짚어보면 그동안 누가 학생을 볼모로 삼았는지 분명해진다. ‘조퇴투쟁’ ‘연가투쟁’을 한다며 동료에게 수업을 맡기고 집회에 참석하는 등의 집단투쟁이 2000년 두 번, 2001년 세 번, 2003년 세 번이나 된다. 특히 집행부 선거가 있는 해에는 투쟁의 강도가 더 심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시장 개방 반대’ 등 교원 복지나 교육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투쟁도 많았다. 2002년 4월에는 전력산업 해외매각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조퇴투쟁으로 동참하려다 여론이 좋지 않자 막판에 취소하기도 했다.

또 2002년 10월 교육인적자원부가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자 연가투쟁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결국 분석 대상을 전체 학생에서 10%로 축소시켰다. 이듬해엔 아예 표집평가도 3%로 줄였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학생들의 수업 차질을 피하기 위해 일요일에 개최됐는데도 전교조는 자신들의 과거는 생각지 않고 집단행동 징계를 언급하고 있다.

자신이 비난받던 똑같은 논리로 상대를 비난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인철 교육생활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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