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방에 몰래 들어가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은 분명 프라이버시 침해 행위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위가 제한된다. 반면 사이버 세상에서 행해지는 개인정보 침해는 그 파급 범위가 엄청나다. 특정인의 누드 사진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뿌려지지 않는가.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소설 ‘심판’은 자신의 정보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두려워하며 피폐해져 가는 은행원의 모습을 그렸다. 거대조직이 내 정보를 수집하고 내 의사에 반해 사용한다면 ‘나’는 소설 속 은행원처럼 무대책과 나약함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정보는 당사자의 인격권에 속하는 사항이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남의 개인정보를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그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돈벌이에 눈먼 사람들이 저지르는 개인정보 오·남용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정보화 사회의 그늘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컴퓨터 사용자 개개인은 ‘내 개인정보는 내가 지킨다’는 의지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는 신성한 비밀이며 재산이자 인격이기 때문이다.
이홍섭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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