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급 엿장수'로 잘 알려진 윤팔도(78·본명 윤석준·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씨와 가업을 잇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엿장수의 길에 들어선 막내아들 일권씨(32)가 최근 엿장수들의 애환을 담은 음반을 냈다.
음반에는 64년 동안 전국을 돌며 흥겨운 엿가위 장단에 맞춰 엿을 팔아온 윤팔도씨의 삶을 담은 타이틀곡 '엿가위 인생'을 비롯, 여우와 엿의 전설을 담은 '구미호와 엿' 등 모두 8곡이 실려 있다.
윤 옹이 직접 엿가위 반주는 물론 엿불림(엿장수들이 엿을 팔기 위해 가위를 치며 불렀던 일종의 구전가요)을 랩으로 바꿔 '래퍼'로 나섰고 일권씨가 노래를 불렀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10년 넘게 근무하던 일권씨는 아버지가 당뇨와 관절염으로 엿장수 일을 힘겨워하자 가업을 잇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고 지난해 10월부터 엿가위를 잡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아내 등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대를 잇겠다는 일권씨에게 모두들 손을 들었고 윤 옹은 자신의 특허인 엿불림과, 쌍가위 장단, 전통엿 제조법을 아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일권씨는 아버지의 삶의 기록으로 남기는 방법을 찾던 중 청주지역 작곡가로 활동중인 유영환씨가 곡을 주겠다고 제안해 5월부터 음반을 만들기 시작, 이번에 완성했다.
그는 "가수로 나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60여년 동안 우리의 먹을거리와 사라져가는 전통을 지켜온 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나누고 싶어 음반을 만들었다"며 "아버지와 함께 전국을 돌며 많은 사람들에게 엿가락 장단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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