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찬바람을 타고 멜로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익숙한 ‘불치병 러브스토리’에 백혈병 대신 끼워진 알츠하이머병. 기억을 잃으며 죽어가는 아내의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런데 정말 20대도 치매에 걸릴까.
▽젊은 알츠하이머 환자?=제작사측은 “29세 여성의 실화를 소재로 한 일본 TV드라마가 모티프”라고 설명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이상 단백질이 대뇌에 쌓이면서 뇌세포가 죽어 인지기능이 사라지는 병이다. 전체 치매 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65세 이상 노인의 10% 이상이 앓는 흔한 질병이다. 30∼50대는 전체 환자의 10% 이하. 20, 30대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원인 유전자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서서히 죽어가는 환자를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화장실 가고 옷 입고 밥 먹는 법까지 잊어가다가 결국 폐렴, 욕창 등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기억상실증과는 다르다=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만 잃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정신을 통째로 지운다. 그림을 그리고 또렷이 말을 하는 영화 속 수진(손예진)의 모습은 상당히 과장되고 미화된 것.
병이 진행되면 환청과 환각이 생기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자주 발작을 일으킨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외부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것도 비참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져 있다.
병의 진행 속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20년 이상 생존한다. 우리나라에는 최소한 18만명 이상의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오병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김도관 교수)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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