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교수의 Really?]고속도 밑에 교통량 감지장치 묻혀있다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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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속도로나 고속화 도로에는 자동차의 평균 속도나 구간별 소요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많이 설치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전국 주요 도로의 소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도 있다. 길목을 지키는 교통 정보원도 없고, 특별한 기계 장치가 설치돼 있는 것도 아닌데 과연 그런 정보를 어떻게 알아내는 것일까.

아스팔트 밑에 묻어둔 유도 코일이 그 비밀이다. 차선의 중앙에 새겨진 큼지막한 원이나 팔각형 모양의 무늬가 사실은 이런 유도 코일을 묻어둔 흔적이다. 요즘은 고속도로와 주요 국도는 물론이고 체증이 심한 간선 도로나 과속 차량을 단속하는 무인 카메라 앞쪽에도 이런 유도 코일이 많이 설치돼 있다.

흥미롭게도 유도 코일을 이용한 자동차 감지 장치의 아이디어는 이미 170년 전에 밝혀진 것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패러데이가 발견한 유도 전류의 원리를 이용한 것. 본래 금속의 내부에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들이 있다. 그런 전자들이 한꺼번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전류’라 하고, 자석에 의해 만들어지는 전류를 ‘유도 전류’라 부른다.

금속 도선을 둥글게 감은 코일 속에서 막대자석을 회전시키면 이런 유도 전류가 만들어진다. 마치 코일의 전자들은 양떼이고, 회전하는 막대자석은 양떼를 몰고 가는 목동과도 같은 셈이다.

도로 밑에 묻어둔 유도 코일에는 시간에 따라 흐르는 방향이 바뀌는 전류인 교류가 약하게 흘러 도로 위쪽으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금속으로 된 자동차가 지나갈 때 이 자기장에 작은 변화(막대자석의 회전에 해당)가 생기고 결국 코일에 유도 전류가 나타나게 된다.

이런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도로 위를 지나가는 자동차의 수와 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교통통제센터의 컴퓨터는 유도 코일에서 발생한 ‘전류 정보’를 이용해서 몇 가지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계산해낸다. 먼저 한 지점에서 유도 전류가 발생한 수를 세면 몇 대의 자동차가 지나갔는지를 알 수 있다. 또 유도 전류가 지속되는 시간을 통해 자동차의 속도를 어림짐작할 수 있고, 이 속도로 구간의 거리를 나누면 그 구간의 소요시간도 알 수 있다. 물론 유도 코일 2, 3개를 연속해 설치하면 과속 단속에 필요한 정확한 속도 측정도 가능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duckhwa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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