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의 대규모 부정행위에 이어 이처럼 이들이 세 번이나 대리시험을 치른 데다 과거 두 번은 무사히 넘어간 사실이 확인되자 다시 한 번 수능시험의 관리감독체계가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 개요=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K씨와 J씨는 2002년 10월경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이. 고3이었던 J씨는 S여대 정법학부를 다니다 그해 8월 제적된 K씨가 대학생인 줄 알고 친해진 뒤 “시험을 쳐주면 돈을 주겠다”며 대리시험을 부탁했다.
J씨는 이후 4개월에 걸쳐 K씨에게 모두 600만원을 건넸으며, K씨는 광주 J여고에서 대리시험을 봤으나 점수(약 310점)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는 바람에 J씨는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여전히 K씨를 대학생으로 믿었던 J씨는 지난해 또다시 K씨에게 650만원을 주고 대리시험을 부탁해 광주의 한 전문대에 입학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평소 서울 S대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한 J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둔 뒤 올해 또다시 629만원을 주고 대리시험을 부탁했다가 결국 들통이 났다. J씨는 실제로는 삼수생이었던 셈.
경찰은 25일 J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했으며, K씨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 배경=J씨가 자신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K씨에게 3년 계속 대리시험을 맡긴 것은 K씨가 여전히 명문대에 다니는 대학생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
J씨는 올해 600만원이 넘는 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대에 여전히 다니고 있는 것처럼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고 등록금을 모았다. 작년과 재작년엔 학원비로 받은 돈과 용돈 및 아르바이트 급여를 모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K씨는 고향인 울산에서 고교까지 졸업한 뒤 2001년 S여대에 입학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제적됐다.
울산에 사는 K씨의 아버지(48·일용직)는 25일 “1년 전 집으로 카드빚 300만원을 납부하라는 통지서가 배달돼 ‘네가 알아서 공부하겠다더니 웬 빚이냐’고 야단쳤다”며 “학비와 용돈을 주지 못한 내가 죄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딸이 어릴 때 용돈을 주면 책을 사볼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으며 착한 아이였다. 지금도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한 남동생을 원룸에서 돌봐주고 있는데…”라며 울먹였다.
▽의혹 및 문제점=J씨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그가 제대로 성적도 못 내는 K씨에게 인간적인 신뢰만으로 3년이나 연속해 대리시험을 부탁한 점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또 K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월 급여가 120만원 정도인 계약직이라지만 국내 유명 반도체업체인 S사 직원인 점 등으로 미뤄 단순히 생활고 때문에 대리시험을 봐줬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K씨와 J씨의 은행계좌 및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조회해 외부브로커의 개입 여부 등도 수사할 방침이다.
광주=정양환기자 ray@donga.com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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