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불발은 동아, 조선일보 탓인가.’
KBS와 MBC가 매체비평 TV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와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을 통해 신행정수도 건설 무산이 동아,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 때문인 것으로 보도해 물의를 빚고 있다.
두 방송사는 동아일보의 경우 구체적 왜곡보도 사례는 제시하지 않은 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불만이 많은 충청지역 주민들과 그 지역 언론학자, 시민단체의 주장만 여과 없이 전달해 보도 자체가 편파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불발은 동아일보 탓’=KBS ‘미디어 포커스’ 진행자는 27일 방송에서 22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렸던 ‘신행정수도 사수 연기군민 궐기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적지 않은 충청지역 주민들이 조선과 동아가 왜곡 보도를 일삼는 정파지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10분 넘게 보도했다.
‘참을 수 없었던 편향 보도’ ‘조선 동아의 여론 비틀기’라는 자막을 내보낸 후에는 김재영(金宰永)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동아·조선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포커스’는 김 교수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동아·조선일보 보도의 문제점으로 △행정수도가 아닌 수도라는 표현을 써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했고 △헌재의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정파적 목적으로 자의적 해석을 남발했으며 △헌재 결정이 몰고 온 관습헌법에 대한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헌재 결정을 적극 두둔함으로써 비판과 감시 기능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김 교수는 “사설 등에서 밝힌 자사의 정치적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무시하거나 누락시켰다면 이건 언론이 아니라 정략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기관지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동아일보의 보도나 사설 가운데 구체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편파 보도한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우희창 ‘대전 충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국장도 방송에서 “동아일보 보도의 90% 이상이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를 넘어 저주에 가까울 정도의 악의적인 음해와 왜곡 보도”라면서도 “동아가 공식적으로 사설을 통해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한다고 보도한 적은 없다”고 인정했다.
MBC ‘신강균…’도 26일 방송에서 ‘분노의 현장 충청도를 가다’라는 소제목으로 20분간 충청 주민들의 동아, 조선일보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의 주장만 전달했을 뿐 동아일보의 구체적 왜곡보도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우 사무국장만이 “동아일보는 풍수지리학자 최창조씨의 글을 인용해 ‘연기-공주는 수도가 될 수 없는 땅’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며 “풍수지리학자가 최씨만 있는 것이 아닌데 유달리 최씨 얘기만 끄집어내 그것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언론학자들 반응▼
▽‘KBS, MBC 보도가 편파적이다’=동아일보는 사설과 기사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에 대해 단 한 차례도 반대한 적이 없고 국민의 여론을 들어 신중히 결정하자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었다.
‘신강균…’에서 우 사무국장이 문제 삼은 최창조씨의 글을 인용한 기사도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현안에 대해 저명한 풍수지리학자가 계간 ‘황해문화’ 가을호에 게재한 글을 소개한 것일 뿐 여러 학자 가운데 최씨를 특별히 선정해 이에 관한 의견을 구한 것은 아니었다.
동아일보는 또 지난해 12월 12일자에 ‘신행정수도의 충청권 건설은 국토남부지역 발전을 부추기는 선도 기능을 할 뿐 아니라 기존 수도권의 흡입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내용의 이규방 신행정수도연구단장 기고문도 게재했다.
일부 시청자들도 ‘미디어…’와 ‘신강균…’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보도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ID ‘김승진’은 ‘미디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행정수도 이전 무산을 동아 조선 탓으로 몰아가는 방송을 노골적으로 해대는데, 제작진은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고, ‘길건영’은 “충청도 말고 다른 지역 사람들도 인터뷰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강균…’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학송’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과반수가 수도 이전에 반대한다고 나왔는데,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국민까지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왜곡된 방송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대철(鄭大澈)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충남지역에서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헌재의 결정에 불만을 토로할 것이 뻔하다”며 “사회적 공공재인 방송이 편향된 개인적 견해들을 집중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우룡(金寓龍)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KBS와 MBC가 탄핵 때는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더니 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자주 낸다”며 “현 정권에 유리한 헌재 판결에는 찬성하고 불리한 판결에는 반대하는 방송사의 행태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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