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엔…]동아일보로 본 11월 다섯째주

1954년 11월 29일 야당의 퇴장 속에 국회를 통과한 ‘사사오입’ 개헌안에 이승만 대통령이 서명하고 있다. 이 개헌안의 핵심은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 제한을 철폐하는 것이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修羅場化된 議事堂… 改憲 通過로 議會錄 修正. 野黨系 一齊 退場▼

二十九日 國會가 開幕되자 前日 否決을 宣布한 崔淳周 副議長은 “當時는 定足數 計算에 錯誤를 일으켜 否決을 宣布한 것이고 一三五는 二O三의 三分之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前日 否決 宣布를 取消한다”고 發言하게 되어 野黨側에서는 名牌를 치며 一齊히 일어나 “一旦 國會에서 決定하여 宣布까지 하고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이제 와서 되지도 않는 理由를 붙여 取消 云云이 議長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냐”고 下壇하라고 號令하였으나 崔副議長의 不應으로 野黨側에서 壇 위에 올라가 끌어내리는가 하면 與黨측에서도 밀고 올라가 一時 議事堂은 修羅場이 되고 엎치고 덮쳐 亂鬪劇이 벌어졌다.<동아일보 1954년 11월 30일자에서>

▼자유당, 부결된 개헌안 ‘4사5입’ 편법통과▼

1954년 11월 27일 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몇몇 수학자들이 비밀리에 경무대를 찾았다. 아깝게 1표 차로 부결된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묘책을 짜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다음날인 28일은 일요일인데도 자유당은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했고, 정부는 갈홍기 공보처장 이름으로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가결 정족수의 정확한 수치는 135.333… 인데 자연인을 소수점 이하까지 나눌 수 없으므로 4사5입의 수학적 원리에 의하여 가장 근사치 정수인 135명이 되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최윤식, 이원철 박사 등 수학계 권위자들도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

설마설마 하던 야당측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순주 부의장의 입에서도 똑같은 얘기가 흘러나오자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결국 개헌안은 통과됐다.

사회적 비난이 빗발쳤다. 헌법학자인 유진오 박사는 동아일보 기고문에서 “그렇다면 11명으로 구성된 헌법위원회(현 헌법재판소)의 가결 정족수(3분의 2)는 8명이 아니라 7명이냐”고 반문했다. 한국 헌정사의 가장 추악한 개헌파동인 동시에 1950년대 지식인의 자화상이기도 한 이 사태는 통합야당 결성의 기폭제가 됐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자유당을 뛰쳐나온 ‘탈당파’ 의원들과 함께 이듬해 9월 민주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