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센터(Football Center) 유치를 놓고 각 지자체의 경쟁이 뜨겁다.
중부권과 호남권, 영남권 3곳에 세워질 축구센터는 각각 2002월드컵 잉여금 125억원이 지원되는 축구 인프라 구축사업. 건립 부지로 선정될 경우 ‘축구 메카’의 명성을 얻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앞 다퉈 유치에 나선 것.
이달 말 최종결정을 앞두고 유치전쟁에 나선 곳은 전국 11개 시군구. 중부권에선 대전 동구, 천안 음성, 호남권에선 광주 서구와 목포 익산 서귀포, 영남권에선 부산 기장과 대구 경주 창원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지자체는 9월 말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며 1일엔 지자체별로 유치설명회를 연다.
사업 진행을 맡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제시한 축구센터 건립의 최소한 기준은 용인FC 수준. 올해 10월 350억원을 들여 완공된 용인FC는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와 천연잔디구장 2개, 인조잔디구장 3개, 실내미니축구장을 갖추고 있다.
각 지자체는 여기에 퍼블릭 골프장, 골프연습장, 실내 암벽등반시설, 수영장, 헬스클럽, 축구 체험관, 야외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을 추가해 자생력을 갖춘 스포츠 복합공간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럴 경우 지자체의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는 물론 수입 증대에도 큰 역할을 하리라는 분석. 축구 야구 등의 훈련장과 경기장, 숙박시설을 갖춘 남해 스포츠파크는 이미 연간 8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강준호 서울대 교수는 “축구센터 유치는 축구 저변 확대의 요람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건설경기 활성화는 물론 완공된 뒤에는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을 유치해 선수단과 방문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유치권을 따기 위한 각 지자체의 경쟁은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창원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버금가는 매머드급 축구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지원금을 포함해 총 800억원을 투자하고 축구센터를 도시개발계획과 연계시키겠다는 것. 800억원은 각 지자체가 발표한 축구센터 건립예산 가운데 최고액.
호남권에선 투자비 증액 경쟁이 한창이다. 후보지 4곳이 책정한 예산은 350억∼500억원 선이었으나 다른 곳이 예산을 늘린다는 소문에 덩달아 증액을 검토하고 있는 것. 당초 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던 한 지자체는 다른 지자체가 예산을 늘린다는 소문을 듣고 1일 유치설명회 때 800억원대로 늘려 발표할 예정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포함한 각 지역 유지들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물론 문화관광부, 대한축구협회의 인맥을 동원해 낙점을 부탁하는 로비전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부지선정위원 11명 중 6명이나 포함된 축구계 인사에 대한 로비가 치열하다. 이 때문에 “1일 각 지자체의 유치설명회가 시작되기 전 선정위원을 사임하겠다”고 밝힌 인사까지 나올 정도.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축구센터가 들어설 세 군데가 확정되고 나면 탈락한 지자체의 불만이 쏟아질 텐데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털어놨다. 또 문광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향우회, 관련 지역 출신 관료들에게서 귀찮을 정도로 전화가 온다”며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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