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의료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공급 과잉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의 병상은 적정 병상보다 이미 3000개 이상 초과된 상태다. 내년에는 5500개 이상 초과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들이 병상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인천 송도 신도시에 외국병원의 유치를 승인한 뒤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다. 대형병원들의 늘어난 병상은 중소병원의 환자들을 흡수해 중소병원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1차-2차-3차의 의료전달 체계가 붕괴돼 환자들이 1차 의원에서 진료받은 뒤 곧바로 3차 병원을 찾는 현실에서 2차 병원인 중소병원은 그 정체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전체 병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병원이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의료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확한 의료수요 예측에 근거한, 장기적 안목의 의료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병원도 ‘경영 전망’을 세울 수 있다. 이런 토대 위에서 중소병원들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병상이 많고 의료정보도 넘친다. 백화점식 진료로는 대형병원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대장항문, 척추, 여성, 노인, 뇌중풍 등의 전문화와 특화를 추구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3차 병원을 찾는 진료환자의 상당수가 중소병원에서 치료 가능한 환자들이다. 따라서 지역 밀착 의료서비스로 고객에게 병원 인지도를 높이고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실천해 나간다면 대형병원에 맞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허춘웅 서울시병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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