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성형 중독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보면서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죄책감이 들어 어렵게 글을 보냅니다.
물론 수술이 잘 끝나 외모가 개선된 환자가 예전의 콤플렉스에서 탈출해 잘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마음이 뿌듯해지고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환자가 수술 부작용으로 괴로워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집에 들어가 자식 보기가 미안합니다. 멀쩡한 사람을 ‘망쳐놓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도 많습니다.
모든 의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부는 이윤 추구를 위해 비윤리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습니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권유하거나 과잉 시술을 하는 것이 그런 경우지요.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부작용 때문에 찾아온 환자에게 그 의사를 욕하면서 은근히 추가 수술을 권하기도 합니다.
전공이 아닌 분야이면서 이를 감추고 수술을 시도하거나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시술을 강행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부위의 수술을 추가로 권하는 경우도 있으며 수술비를 낮춰 박리다매 식으로 환자를 유치하기도 합니다. 의술이 아니라 화술(話術)로 환자를 현혹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병원 간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당장은 이렇게 해서 돈이 될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의사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환자의 미래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의사가 먼저 바뀌어야 환자도 바뀌고 성형 중독 문제도 해결될 겁니다. 아직까지는 양심적이고 실력 있는 성형외과 의사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일반인은 성형외과 의사 하면 실력은 없고 돈만 밝힌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의사들이 새로운 각오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우선 의사가 환자를 수입원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환자의 인격을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래야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감이 쌓이고 미용성형수술 영역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로 정착될 것입니다.
의사는 모름지기 환자를 수술할 때 자신의 부모나 배우자, 딸에게 하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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