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백형찬]청소년 양심교육 서두르자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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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형찬
‘수능시험 부정’의 충격이 큰 만큼 갖가지 진단과 재발 방지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처방 없는 ‘땜질식’ 대책으로는 시험 부정행위가 절대로 근절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성만 키울 뿐이다.

유치원 때부터 양심교육, 윤리교육을 해 왔는데도 왜 이 모양인가. 교과서에는 양심과 도덕이 넘치지만 학교생활, 사회생활에서 이를 그대로 실천하면 오히려 손해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중·고교는 물론 대학도 시험 때만 되면 강의실 책상과 벽은 글자와 기호, 숫자로 새카맣게 채워진다. 이렇게 커닝이 청소년 사이에 생활화돼 있으니 정직과 양심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청소년의 양심이 썩어 들어가면 우리의 앞날은 참으로 캄캄해질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부터 양심이 살아 있음을 증명해줘야 한다. 땀 흘리고 고생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정에서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양심교육이다.

학교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양심교육을 해보자. 학생 스스로 양심이 돋아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이 무감독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좋아하겠지만 얼마 안 가서 양심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부정행위자는 감독교사보다 학생들이 더 잘 안다. 학생들로 하여금 부정행위자를 ‘명예롭게’ 가려내게 하자. 양심교육을 학생회가 주관하도록 밀어주자. 이처럼 교과서가 아닌, 체험을 통한 양심교육만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청소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언론매체를 비롯해 사회단체, 종교단체 등이 이 같은 양심교육 운동에 동참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양심은 저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별’이라는,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말이 떠오른다. 청소년의 양심이 곧 한국의 미래라는 사실을 되새기자.

백형찬 서울예술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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