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것도 잠시, 최근 들어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3 자녀가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가출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고3 교실의 파행수업도 여전하다.
수능 성적이 발표된 뒤 일선 고교들이 진학지도에 진땀을 빼고 있다지만 한편으론 학생들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 수능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연례행사’는 개선될 기미가 없다.
인천 B여고 3학년 김모 양(18)은 “대학 입학 때까지 특별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30여 명의 반 친구 중 20명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는 아침에 눈도장만 찍고 빠져 나와 일터로 가는 친구들이 많다는 얘기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PC방이나 주유소, 편의점 등에서 일한다. 하지만 노래방 도우미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고생도 적지 않다는 게 학생들의 귀띔이다.
실상이 이런데도 대부분의 일선 학교는 금연과 금주 등에 관한 비디오 상영 등으로 시간만 때우고 있다.
서울 S고 김모 교사(28·여)는 “외부인사 초청강의나 박물관 유적지 답사 같은 학교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원칙이지만 진학지도에 정신이 없어 차라리 학생들을 빨리 귀가시키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김 교사는 또 “오전수업을 하지만 진학지도로 수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빠져나가도 눈감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고3 교실의 파행이 거듭되고 있지만 교육인적자원부는 해마다 ‘학사관리 철저’라는 공문만 일선 학교에 내릴 뿐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진학지도도 필요하지만 학생들이 남은 기간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학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적절한 방안을 찾기 위해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길진균 사회부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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