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라산연구소 직원들의 조사결과 이 노루는 목장지대에서 먹이를 찾다가 사고를 당해 내장파열로 숨진 것.
사통팔달(四通八達)로 뚫린 제주의 도로가 야생동물의 이동을 차단하면서 제주지역 대표적인 포유류인 야생 노루에게는 ‘죽음의 덫’이 되고 있다.
제주도와 한라산국립공원 부설 한라산연구소는 2001년부터 올해 11월말까지 교통사고로 피해를 본 노루는 모두 221마리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같은 기간 올가미나 밀렵꾼들에 의해 희생된 전체 노루가 31마리인 것에 비하면 차량에 의한 피해가 7배가량 많았다.
차량에 의한 노루 피해는 1990년대 한해 평균 17마리 가량에서 2001년 이후 55마리 가량으로 급증했다.
제주지역 차량대수가 1994년 9만4000여대에서 올해 20만6000여대로 증가해 교통량이 늘고 산간지역 도로가 곳곳에 개설됐기 때문이다.
한라산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차량충돌에 의한 노루 피해는 5·16도로, 1100도로, 산록도로 등 한라산국립공원과 인접한 도로에서 80%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몰과 일출을 전후해 이들 도로의 초지와 목장 주변에서 노루가 먹이를 찾아 이동하다 변을 당하고 있는 것.
시기별로는 서식지를 이동하는 12월과 4월, 짝짓기를 위해 행동반경을 넓히는 10월에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한라산연구소 오장근(吳章根) 연구원은 “차에 치인 노루를 운전자가 그대로 싣고 도주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피해 노루는 접수된 건수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과속방지턱, 터널식 생태통로, 펜스 등의 다양한 시설이 시급히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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