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청장 권욱·權郁)은 19일 "올해 상반기 구급차를 요청하는 119 신고 전화(총 70만8397건) 가운데 28.7%(20만3067건)가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로 집계됐다"며 "이로 인해 진짜 응급환자를 제때 병원에 이송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술을 마시고 심야에 119에 전화를 걸어 동네 병원까지 데려다 줄 것을 요구하거나 별로 위급한 증상이 아닌데도 상습적으로 119에 신고해 구급차를 마치 '자가용 택시'처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에 따라 98년 67만2778건에 불과하던 구급차 출동건수는 올해엔 상반기에만 50만5330건으로 크게 늘었다.
소방방재청은 이에 따라 내년 초 현재 허위나 장난 신고자만 처벌할 수 있는 소방기본법 관련 조항을 고쳐 응급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악의적 또는 상습적으로 신고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다.
소방방재청은 또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해 비(非)응급환자로 판단될 경우 병원으로의 이송을 거부하되 대신 민원인과의 분쟁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출동한 대원의 성명과 전화번호 등을 알려주고 민원인과의 대화 내용과 거부 이유 등을 녹음하도록 할 예정이다.
소방방재청은 이와 함께 현관문 개방(開放) 요청 등 단순 구조신고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일체 응하지 않기로 했다.
소방방재청 이재열(李宰烈) 구급팀장은 "119 구급대가 마치 '민원해결사'인 것처럼 신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구급차 악용으로 진짜 위급한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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