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남단 바닷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폐교 운동장은 온통 쑥밭이었고, 교실에서는 은은한 쑥 향기가 피어났다.
벽면을 튼 4개 교실에는 3년 동안 저장되는 강화 약쑥(싸주아리 쑥)이 한 다발씩 묶여 촘촘히 걸려있었다.
‘폐교 지킴이’ 이낙수 씨(58)는 동검리 주민 12명과 함께 ‘약쑥 작목반’을 구성해 10년째 싸주아리 쑥을 정성껏 재배하고 있다.
“강화도 토속어에서 유래된 싸주아리 쑥은 향과 쓴맛이 강하고, 약성도 아주 뛰어나지요. 3년 동안 해풍과 해무를 맞으며 음지에서 숙성 발효시킨 쑥이야 말로 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씨는 예로부터 약용으로 널리 사용된 강화 약쑥의 명맥을 잇기 위해 1994년 친구이자 인천보건환경연구원 연구부장을 지낸 고(故) 조용순 씨(1997년 작고)와 함께 강화도를 찾았다.
그는 강화도에 딸린 작은 섬인 동검도의 폐교를 임대해 직접 재배에 나섰고, 옛 문헌과 구전을 통해 배운 방법대로 약쑥을 만들었다. 동검도와 강화도는 지금 다리로 연결돼 있다.
동검도의 기후가 약쑥 재배에 좋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주민들도 쑥 재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단오(음력 5월 5일) 때를 전후로 쑥을 채취해 2∼3일 간 태양 빛에 말린 뒤 곧바로 폐교 교실에 저장합니다. 중간에 흰 곰팡이도 피지만 3년이 지나면 쑥대가 빳빳해지고 잎사귀는 황금색으로 변합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쑥은 뜸용과 환, 차 등으로 가공 처리된다. 이들 제품은 폐교에서 직거래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작목반원들끼리 수익금을 공동 분배하고 있다.
이씨는 “70년대 중반 산속을 전전하며 단전호흡을 익힌 뒤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도생활까지 했지만, 10년간 심혈을 쏟고 있는 쑥 재배에 더 애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화 약쑥으로 뜸을 뜨면 건강이 아주 좋아 진다”며 “몸에 직접 불을 덴다는 것이 다소 고통스럽겠지만, 뜸을 뜨는 동안 욕구를 절제하고 인내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수행으로 생각해야한다”고 소개했다.
동검도에서 쑥 재배가 활기를 띠자 최근 강화농업기술센터도 우량 쑥 품종 개발과 종묘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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