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불안한데”… 학원 배치표 제각각 수험생 ‘막막’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7시 57분


“학원에서 만든 배치표를 보면 더 헷갈려요.”

대입 정시모집을 앞두고 수험생들이 정보를 찾느라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일선 학원에서 만든 배치표가 들쭉날쭉해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대학의 같은 학과라도 학원별로 표준점수가 5점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한 입시설명회에서 A 학원은 자신들이 만든 배치표를 설명하면서 “이 대학은 표준점수가 너무 높게 나왔으니 5점 정도 깎아라”며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학원들은 “배치표는 참고용일 뿐”이라고 강조하지만 지원 기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수험생은 배치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수능연구모임’ 카페에 글을 올린 ID ‘CRAZY’는 “학원마다 배치표가 달라 어떤 걸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ID ‘나비효과’는 “△△학원은 너무 낮고 ○○학원은 너무 높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학부모 박모 씨(48)는 “어떤 학원의 배치표를 보면 지원이 가능한데 다른 학원의 배치표를 보면 지원하기 힘든 점수로 나온다”며 “담임교사는 무조건 하향지원하라고 해 결정을 내리기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들쭉날쭉한 배치표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도 수험생의 진학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경복고 전인길(全寅吉·56) 교사는 “하위권으로 내려갈수록 배치표상 점수차가 더 벌어진다”며 “모의고사 성적 등을 분석해 배치표를 조정하긴 했지만 대학별 지원 가능 수준을 예측하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대 부설고 임근수(林根洙·40) 교사는 “혹시 (학생이) 떨어질 수 있어 일단 표준점수가 높은 배치표를 기준으로 원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높은 점수를 기준으로 원서를 1장 쓰고 중간 또는 낮은 점수를 기준으로 나머지 2장을 쓰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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