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부분의 만두업체는 만두 소비시즌을 맞아 예년의 90% 수준까지 판매량을 회복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에 있어 만두파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폐업, 휴업…만두시장 재편한 만두파동=지난해 기준으로 300여 업체가 연간 1만3000여 t의 만두를 생산해 온 만두시장은 이 파동을 계기로 재편됐다.
식약청이 불량만두 업체로 발표한 곳은 판매량이 급감한 반면 명단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던 업체는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
올해 6월 ‘만두 파동’의 여파로 최종 부도를 맞았던 경기 평택시 도투락만두 공장이 대부분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전체 직원의 10%인 30여 명만 남아 회사 명맥을 잇기 위해 1대의 만두기계를 가동하고 있다.-평택=변영욱 기자 |
실제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받던 모닝웰이 불량 만두소 제조업체로 발표됐던 CJ 측은 만두파동 이후 시장점유율이 전년 대비 17%가 감소했다.
CJ 관계자는 “식약청의 추가 조사 과정에서 무혐의로 판정받았지만 당시에만 원가 기준으로 22억 원어치를 수거해 폐기했다”면서 “11월이 돼서야 판매량이 파동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면 명단에 오르지 않았던 해태와 풀무원은 시장점유율이 각각 27%, 16% 증가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중소업체들은 폐업이 속출하면서 타격이 더욱 컸다. 식약청이 불량 만두소 납품업체로 발표하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사장이 한강에 투신했던 비젼푸드는 현재 폐업한 상태.
또 다른 업체 사장은 “불량만두가 보도되기 일주일 전쯤인 5월 29일 공장을 신축했으나 만두파동이 터지면서 3개월 동안 휴업했다”며 “최근에 직원을 새로 뽑았는데 그때 망한 업체 직원들이 상당수 지원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식약청이 불량만두 제조업체로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취영루의 한 관계자는 “연초에 올 판매량을 420억 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만두파동으로 예상치의 70∼80%에 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에 만두를 수출해 왔던 C사는 “파동 이후 한 달 동안 미국과 거래가 끊겼으며 아직도 이 중 한 곳은 복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만두’라는 보도가 빚은 파동=경찰은 6월 6일 불량 만두소 제조업체인 으뜸식품이 인체에 유해한 자투리 무를 사용해 만두소를 제조한 뒤 유명 만두 제조업체에 납품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당시 자투리 무가 식용으로 이용될 수 없는 ‘쓰레기 수준의 무’라고 단정적으로 발표했으며, 본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쓰레기 만두’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이를 기사화했다.
방송사들은 경찰 측이 제공한 화면을 별다른 확인작업 없이 보도해 단무지가 폐기 처분되는 화면을 만두소 제조 과정인 것처럼 잘못 인식시켰다.
언론보도 이후 해당 만두 제조업체를 공개하라는 여론에 밀려 식약청은 6월 10일 성급하게 25개의 불량만두 제조업체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중 14개 업체가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당국과 언론의 무책임한 태도가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
본보는 ‘쓰레기 만두’ 대신 ‘불량 만두’라는 용어를 쓰고, 도주 중인 으뜸식품 대표를 인터뷰해 뒤늦게 정확한 진실을 알리려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본보도 이 만두가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끝까지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못했다.
‘식생활안전시민운동본부’ 김용덕 대표는 “쓰레기 만두라고 불린 만두 자체는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었고, 제작 공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데 수사기관과 언론이 개입해 이를 실체 없는 파동으로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식약청이 중심을 못 잡고 언론과 수사기관에 휘둘려 우왕좌왕한 것도 사태가 커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유해식품 관리감독체계 개선 계기=만두파동으로 식품안전관리체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자 불량식품 제조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불량식품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개정이 진행 중이다.
유해식품 제조에 고의성이 있을 경우 3년 이상, 불량식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형량하한제도를 도입한 것. 또 30만 원이던 불량식품 신고보상금을 1000만 원까지 높였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만두파동을 계기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소비자운동이 전개되는 등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됐다”면서 “소비자 의식과 기업의 윤리경영, 공정한 법집행이 유기적인 시스템을 이뤄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엉겁결에 덮친 누명에 200명 생업 날려”▼
“지금도 꿈인가 생시인가 싶습니다. 단 한 차례의 만두파동이 도투락 직원 200여 명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협력업체 직원까지 모두 죽였습니다.”
도투락은 올해 6월 불량만두소를 사용했다는 ‘누명’을 쓴 뒤 곧 무혐의 판정을 받았으나 파동의 여파로 7월 최종 부도처리되고 말았다.
도투락 기획조정실 김완진 부장(46)은 “정말 억울하다”며 “‘불량 만두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품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매각협상이 진행 중인 이 회사에서 만두파동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다.
김 부장은 6월 6일 TV 저녁뉴스에서 만두파동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문제로 번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도투락이 불량 만두소를 사용한 업체 중 하나라고 발표하자 반품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대리점과 소비자들로부터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반품과 배상을 요구하는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아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전 직원들이 시장에 직접 나가 ‘정당한 제품이니 반품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아무도 우리 얘기를 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6월 중순부터 식약청에 줄기차게 재조사를 의뢰해 결국 무혐의 판정을 받아냈지만 그 사이 반품된 만두는 총 12만5000상자, 약 15억 원어치에 이르렀다. 회사 경영은 급속도로 악화됐고 결국 7월 19일 어음 12억 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6월 24일부터 휴업을 했습니다. 종업원 200여 명 가운데 100여 명이 회사를 나갔고 70여 명은 휴직을 했지요. 며칠 전에는 새벽 인력시장에서 노동일이라도 하려고 줄을 서 있는 옛 직원들을 봤습니다. 정말 가슴 아프더군요.”
현재 20∼30명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공장에 나오고 있다. 9월 중순부터 조금씩 주문이 들어와 9월에 5000만 원, 10월에 1억 원, 11월에 1억5000만 원 정도가 판매됐다.
“단 한번 ‘된서리’에 전통 있는 브랜드를 이대로 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200억∼300억 원 규모의 회사를 10분의 1 정도로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서라도 도투락을 다시 살리고 싶다는 것이 전 직원의 바람이니까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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