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大 유명교수 스카우트戰 불붙다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8시 02분


‘나이 무관, 억대 연봉 보장, 정년 대폭 연장.’

올해 이공계 대학에서 유능한 교수를 ‘모시려고’ 제시된 조건들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이공계 대학에 ‘스카우트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한 학생들을 길러 내기 위해 세계적으로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과학자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치하려는 움직임이다.

10월 말 서강대 화학과의 윤경병 교수(48)는 성균관대로부터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을 받았다. 성균관대의 기존 교수보다 2배 이상 많은 연봉을 제공하고 7, 8명의 교수를 뽑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 내년 3월 삼성의 지원으로 개소될 나노연구센터에서 물리 화학 공학 가운데 화학분야의 책임자를 맡아 달라는 제안이었다.

윤 교수는 고민 끝에 학교 측과 상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재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교내 인터넷 게시판에는 난리가 났다. ‘학교가 책임지고 유능한 교수를 지키라’는 것이 요지. 결국 총장까지 설득하고 나서 윤 교수는 서강대에 남기로 결정했다.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최진호 석학교수(56)는 9월부터 서울대 화학과에서 자리를 옮겼다. 파격적인 연봉과 200평의 연구공간을 제공한다는 이화여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 무엇보다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이 남달랐다.

이공계 대학에서 ‘파격 스카우트’의 시조 격은 연세대 화학과의 김동호 교수(47)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14년간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던 그에게 2000년 연세대는 기존 교수 2배의 연구공간과 1억 원의 실험실 세팅 비용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대학에서 기존의 채용 형식을 무시하고 능력 위주로 스카우트하는 일이 올해 부쩍 늘고 있다”며 “연구업적이 뛰어난 과학자가 사회 경제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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