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24일 미술학원이 유치원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2년간 만 5세 아동의 유아교육비 지원 방침을 밝히자 유치원계와 미술학원계는 서로 “사교육에 대한 지원은 있을 수 없다” “실질적 지원이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불씨의 발단=유아교육법 제정을 앞둔 지난해 12월 11일 당시 윤덕홍(尹德弘)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국회 교육위에서 유아교육비 지원 대상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뿐만 아니라 시도교육감이 지정한 유아 대상 학원도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의 숙원사업인 유아교육법 제정에 대해 미술학원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법 제정이 무산될 것을 우려해 무리인 줄 알면서도 미술학원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였다.
유치원업계도 유아교육법 통과가 다급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별 문제를 삼지 않았다.
▽유치원 “정부가 사교육 조장”=그러나 교육부가 내년 1월 30일 시행을 앞둔 유아교육법 시행 규칙에 미술학원 지원 방안을 넣으려 하자 유치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유아교육대표자연대 등은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집회를 갖고 미술학원에 대한 교육비 지원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유아교육법의 취지는 유아교육을 공교육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이익집단에 발목을 잡혀 사설학원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을 황폐화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에 미술학원을 지원하면 다음에는 피아노학원 무용학원 웅변학원 태권도학원도 지원할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미술학원 “유아교육 담당”=미술학원들은 “유치원에 갈 형편이 안돼 미술학원에 다니는 저소득층 자녀가 많다”며 “똑같은 아동인데 어려운 사람들이 지원을 못 받고 있다”고 차별론을 부각하고 있다.
현재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소득 인정액이 231만 원 이하 가정의 만 5세 아동은 사립유치원은 월 11만 원, 국공립 유치원은 5만3000원의 교육비를 지원받고 있다. 전체 유아교육 대상 만 5세 아동 61만3000여 명 중 13.2%인 8만880명이 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
▽교육부 절충안 검토=교육부는 “유치원 전환을 희망하는 미술학원은 유치원에 준하는 시설기준, 교사 확보, 교육과정을 갖춰야 하고 2년이 지나면 규칙의 효력이 자동 소멸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화재 등에 대비해 유치원 시설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미술학원에서 유치원으로 전환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8700여 개로 추정되는 미술학원은 주로 건물의 3, 4층에 많은데 유치원은 1, 2층으로 국한돼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미술학원들도 “사실상 혜택이라고 할 수 없다”며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등 양측이 모두 반발하고 있다.
유아교육비 지원 관련 미술학원계 유아교육계 주장 비교 | ||
쟁점 | 미술학원계 | 유아교육계 |
유아교육비 평등지원 | 유치원 못가는 저소득층 아동 많아 지원 필요 | 정부의 미술학원 지원은 사교육 조장. 저소득층 자녀 많다는 근거 없어 |
미술학원 아동 수 | 유아미술학원에 다니는 만 5세 아동은 56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 | 유치원 보육시설에 안 다니는 만 5세 아동 16만8000명이 모두 미술학원 다니지는 않는다 |
미술학원의 유아교육 | 형편 어려운 아동에게 사실상 유아교육은 물론 탁아기능도 하고 있다 | 미술학원의 유아교육 행위는 불법으로 단속 대상 |
교육인적자원부유아교육비 지원 약속 | 국회 교육인적자원위원회에서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유아미술학원 저소득층 자녀 지원 약속 | 교육부총리가 국회의원의 집요한 요구에 마지못해 한 잘못된 약속 |
미술학원의 유치원 전환 | 유치원 시설기준 등이 까다로워 실제로 혜택 대상 얼마 안돼 | 학원은 학원관련법 적용 대상인데 여기에 교육비 지원 근거는 없어 |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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