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1시 반경 충남 대전 충남대병원 4X2호. Y 씨(57)는 머리 수술을 하루 앞둔 아내 L 씨(54)의 머리를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술을 위해 대부분을 삭발한 L 씨의 머리는 면도칼로 베여 여기저기 상처가 나 있었다. 침대에는 피를 닦아낸 거즈가 10여 장 놓여 있었다.
“수술이 내일이니 급할 것 없지 않느냐, 머리카락이 길어 억지로 깎으면 상처가 나니 이발사를 부르자고 했으나 아무런 대꾸도 없이 막무가내로 머리를 깎아댔어요.”
Y 씨는 “상처를 하도 많이 내기에 도대체 환자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느냐고 따졌더니 머리를 민 인턴이 오히려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고 역정을 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병원측은 별로 미안해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Y 씨가 해당 인턴을 부르기 위해 인근 안내데스크로 가 “OOO 좀 나오라고 해보라”고 했더니 30대 정도 돼 보이는 젊은 의사는 위로는커녕 “OOO라고 부르면 안 되지”라고 받았다. 왜 존칭 없이 이름을 부르느냐는 항의였다.
이에 대해 담당 인턴은 “이발소에 연락했으나 전화가 안 돼 그냥 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병원 수술실측은 “우리 병원에서는 이발사를 부르지 않고 담당 의료진이 머리 등 수술부위를 직접 깎고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환자의 남편인 Y 씨는 감정이 격앙된 의료진에 수술을 맡기기 곤란하다며 이날 저녁 부인을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옮겼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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