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늬만 대학 자율화인가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8시 01분


교육 당국이 28일 내놓은 대학 자율화 추진 계획은 알맹이 없는 ‘무늬만 자율화’에 머물고 있어 실망스럽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매년 수립해 온 대학입학전형계획을 폐지하고 관련 업무를 민간기구인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넘긴다는 내용이 거의 전부다. 대학별 입시일정을 확정하는 전형계획 수립은 지금도 대교협이 주도하고 있으므로 형식적인 주체를 바꾸는 것 이외에 달라진 게 없다.

대학 자율화를 위해서는 핵심이 되는 입시 자율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교육부는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등 ‘3불(不) 원칙’을 빼놓고는 입시가 완전 자율화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3불 원칙’을 강요하는 한 대학에 주어진 입시 권한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교 내신,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부풀려지고 확실치도 않은 전형 요소만 던져 주고 다른 것은 허용하지 않은 채 학생을 뽑으라는 것 자체가 ‘자율’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교육부가 200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시험에 점수제 대신 등급제를 도입하기로 하자 대학들은 지원 학생에 대한 기초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입시를 치르라는 것이냐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대학 신규 설립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기존 대학들은 입학 정원을 늘릴 수도 없다.

이처럼 획일화된 기준과 엄격한 통제 아래 대학들은 학교 특성과 교육이념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고 그에 적합한 교육을 실천할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가경쟁력에 심각한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날 대학 구조조정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대학가에 불고 있는 구조개혁 바람은 대학에 자율권이 함께 주어져야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학은 스스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그 변화의 욕구가 대학경쟁력 강화로 신속하게 연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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