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논문 代筆 장사’로는 나라 미래 없다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8시 08분


명문대 대학원생들이 수십 명에게 학사 석사 학위 논문 대필(代筆) 장사를 해 온 것이 드러났다. 인터넷에는 가입자가 800여 명이나 되는 유사 카페가 적지 않아 관련자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의 학위 논문 대필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식 도둑질’이 왜 근절되지 않느냐는 데 있다.

무엇보다 젊은 층과 대학사회의 도덕불감증이 이 정도로 심각한지 절망감이 든다. 지난해에는 ‘전문업자’가 구속됐지만 올해엔 명문대 경영학 석사 과정 대학원생이 적발돼 충격이 더하다. 지적 훈련의 장(場)인 대학에서 리포트는 표절로, 시험은 커닝으로, 학위 논문은 대필로 처리하는 게 판쳐서야 지식은커녕 최소한의 양심도 닦을 수 없을 것이다.

각 대학의 논문 심사 관행과 학문 연구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도 떨칠 수 없다. 대리 논문을 매매한 양측도 문제지만 부실한 논문을 제대로 따지지 않는 교수와 대학 측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본다.

어렵게 대입 관문을 통과했던 대학생들이다. 그런 학생을 입학시켰으면 대학은 학교의 명예를 걸고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워서 사회로 내보낼 의무가 있다. 재정수입을 늘리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엉터리 학점과 학위로 ‘사이비 엘리트’를 만들어선 안 될 일이다. 그래서야 실업률만 높일 뿐 학문신용도는 물론 국가신용도까지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부끄러운 지적 범죄행위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인터넷이 발달해 표절과 대필이 손쉽더라도 젊음과 학문, 양심과 지성은 표절되고 대필되어선 안 된다. 여기에 지식산업국가를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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