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병실에서 맞은 육군 특수전사령부 군종참모 박기영(朴基泳·44) 중령은 환한 표정으로 아들 제민(濟民·22) 씨의 손을 어루만졌다. 간경변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박 중령은 최근 아들의 간을 이식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
박 중령이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1994년. 정기 신체검사에서 만성 B형간염 판정을 받은 뒤 간경변으로 악화됐고, 지난해 10월에는 합병증인 위정맥류 출혈로 쓰러졌다.
박 중령의 증세는 입원 치료를 통해 잠시 나아졌지만 한 달 뒤 다시 악화돼 재입원했고, 이른 시일 내 간을 이식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박 중령의 가족은 이달 중 현역 입대 예정인 제민 씨가 걱정하지 않게 아버지의 병세를 숨겼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세를 알게 된 제민 씨는 가족을 설득해 조직검사를 받았다. ‘이식적합’ 판정을 받은 제민 씨는 지난해 12월 23일 아버지와 함께 수술대에 올랐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0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제민 씨 간의 3분의 2가 박 중령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돼 부자는 건강을 되찾고 있다. 제민 씨는 “부모님이 주신 생명을 돌려드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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