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 돕는 '불우이웃'

  • 입력 2005년 1월 4일 13시 36분


을유년 새해에도 따뜻한 이웃사랑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신도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더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는 이들도 많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대전에 사는 김모 씨(56)는 지난달 30일 대전시 판암동 동사무소를 찾아 120만 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함께 전달한 편지에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소년소녀 가장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잘 써주시길…'이라고 적혀 있었다.

부모와 떨어져 아동시설에서 자란 김 씨는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외환위기 때 실직한 뒤 1998년부터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다 임대아파트에 정착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결혼도 못 하고 혼자 사는 그는 한 달 생활비가 10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헌 옷을 수거해 내다 판 돈 120만 원을 쾌척했다.

김 씨는 1년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거액을 내놓으면서 "신원을 절대 알리지 말라"라며 동사무소 직원이 건넨 차도 사양하며 황급히 사라졌다고 한다.

충남 천안시청 청사에서 구두를 닦는 명덕식 씨(54)도 지난달 31일 17만 원어치의 동전이 든 저금통을 공동모금회 충남지회에 기탁했다. 명 씨가 2002년부터 천안지역 아동시설에 기부한 금품만 해도 300여만 원. 지체장애인인 아내와 어렵게 생활하는 그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강원 인제군 인제읍 상동4리 비봉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1년동안 폐 신문과 휴지를 팔아 모은 100만 원을 3일 공동모금회 강원지회에 내놓았다. 14㎏ 한 묶음에 3000원씩 1400여 묶음을 수집해 마련한 소중한 돈.

비봉경로당 조병수 회장(74)은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게 세상 사는 이치"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북 전주 우석여고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벌금을 모아 만든 40여만 원을 이웃사랑 성금으로 보내왔다. 주변에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학생이 300원, 수업시간에 졸면 1000원,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휴대전화 가격의 1%를 내놓아 마련한 것.

이 같은 각계의 온정에 힘입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체감온도탑'의 수은주는 4일 현재 96.2도까지 올라 곧 비등점(沸騰點)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랑의 체감온도는 공동모금회의 올 겨울 모금 목표(981억 원)의 1%가 쌓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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