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대전에 사는 김모 씨(56)는 지난달 30일 대전시 판암동 동사무소를 찾아 120만 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함께 전달한 편지에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소년소녀 가장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잘 써주시길…'이라고 적혀 있었다.
부모와 떨어져 아동시설에서 자란 김 씨는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외환위기 때 실직한 뒤 1998년부터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다 임대아파트에 정착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결혼도 못 하고 혼자 사는 그는 한 달 생활비가 10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헌 옷을 수거해 내다 판 돈 120만 원을 쾌척했다.
김 씨는 1년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거액을 내놓으면서 "신원을 절대 알리지 말라"라며 동사무소 직원이 건넨 차도 사양하며 황급히 사라졌다고 한다.
충남 천안시청 청사에서 구두를 닦는 명덕식 씨(54)도 지난달 31일 17만 원어치의 동전이 든 저금통을 공동모금회 충남지회에 기탁했다. 명 씨가 2002년부터 천안지역 아동시설에 기부한 금품만 해도 300여만 원. 지체장애인인 아내와 어렵게 생활하는 그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강원 인제군 인제읍 상동4리 비봉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1년동안 폐 신문과 휴지를 팔아 모은 100만 원을 3일 공동모금회 강원지회에 내놓았다. 14㎏ 한 묶음에 3000원씩 1400여 묶음을 수집해 마련한 소중한 돈.
비봉경로당 조병수 회장(74)은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게 세상 사는 이치"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북 전주 우석여고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벌금을 모아 만든 40여만 원을 이웃사랑 성금으로 보내왔다. 주변에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학생이 300원, 수업시간에 졸면 1000원,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휴대전화 가격의 1%를 내놓아 마련한 것.
이 같은 각계의 온정에 힘입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체감온도탑'의 수은주는 4일 현재 96.2도까지 올라 곧 비등점(沸騰點)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랑의 체감온도는 공동모금회의 올 겨울 모금 목표(981억 원)의 1%가 쌓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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