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부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김모 씨(20). 그는 지난해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뜻 깊은 해로 꼽았다.
김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폭력 혐의로 구속된 소년범 출신. 2년간 복역한 뒤 2001년 학교(고교 2년)로 돌아갔지만 1년여 만에 자신을 꾸짖는 선생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가 자퇴서를 냈다.
![]() |
이후 1년여간 자신에게 실망한 부모님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밤마다 친구들과 어울려 방탕한 생활을 했다. 부모님의 설득으로 디딤돌학교를 찾은 것은 2003년 초.
그는 처음 학교 문을 열었을 때 지금까지 갖고 있던 학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했다. 모두 그를 따뜻하게 맞아줬고 모든 수업은 학생들의 의사와 참여로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4월 고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봤다. 그는 올해 전문대에 들어가 디자인을 전공할 생각이다.
선생님과의 갈등으로 세 번이나 자퇴한 경험이 있는 곽모 씨(19·여). 그는 2003년 9월 디딤돌학교에 왔다. 그 역시 지난해 8월 검정고시에 합격해 올해 수능을 볼 계획이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다는 그는 독일로 유학을 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전혀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떠나는 순간 이들에겐 이 사회의 ‘아웃사이더’란 꼬리표가 붙기 때문. 곽 씨는 자퇴학생에 대한 선입관을 버려달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냥 우리를 정규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똑같이 봐 주세요. 우린 특별하지 않아요. 문제아는 더더욱 아니고요. 그저 차별이 없고 개성을 존중해 주는 이곳이 좋을 뿐이에요.”
![]() |
2003년 중고교생 가운데 중도탈락자는 모두 5만4611명. 전체의 1.5% 정도다. 전문가들은 매년 자퇴학생이 조금씩 줄고 있지만 주된 원인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주된 원인이 경제적 빈곤이었지만 최근엔 학교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2003년 중도탈락자의 36%가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있는 학령기 청소년은 모두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대안학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대안교육 잡지인 ‘민들레’에 따르면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는 전국에 30여 곳이 있다. 그러나 이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중도탈락자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대안학교 입장에선 열악한 교육환경과 부족한 재정 탓에 학생 수를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처지다. 순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디딤돌학교만 해도 상근교사 5명 가운데 2명만이 월급을 받고 있다.
서울대 교육연구소 서근원(徐根源) 객원연구원은 “정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대안학교만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을 끌어안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안학교를 공교육을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센터 경기 광주 제주 3곳뿐▼
네덜란드에선 오래전부터 ‘인스텝 프로젝트(Instep Project)’라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업중단 청소년이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제 해결까지의 전 과정에는 청소년복지기관과 사회사업기관, 경찰, 법조계, 교육당국, 의료기관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하나의 팀이 체계적으로 개입한다.
한국도 2003년 5월 한국청소년상담원 산하에 이 같은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해밀센터’를 신설했다. 지난해 해밀센터는 경기도와 광주시, 제주도 등 3곳에 지역 해밀센터를 시범 설치했다.
그러나 7개월간 3곳의 해밀센터에서 지원사업을 벌인 학교 밖 청소년은 170여 명에 불과하다. 인력이 부족한 데다 체계적 지원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현재 해밀센터의 담당자는 1곳당 2명. 더욱이 이들은 지역 청소년상담원 업무도 함께 보고 있어 사실상 학교 밖 청소년 업무에만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지적을 감안해 정부는 내년까지 전국 시도에 모두 해밀센터를 설치하고 2007년엔 시군구 단위까지 해밀센터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학업 중단 청소년 현황 | ||||||
구분 | 중학교 | 일반계 고교 | 실업계 고교 | |||
구분 | 학업 중단학생수(명) | 전체 학생대비 중도 탈락률(%) | 학업 중단학생수(명) | 전체 학생대비중도탈락률(%) | 학업 중단학생수(명) | 전체 학생대비중도탈락률(%) |
2000년 | 1만7338 | 0.9 | 1만6520 | 1.2 | 3만2188 | 4.3 |
2001년 | 1만9097 | 1.0 | 1만8921 | 1.5 | 3만3215 | 5.1 |
2002년 | 1만9842 | 1.1 | 2만 166 | 1.7 | 2만7966 | 4.9 |
2003년 | 1만5987 | 0.9 | 1만7095 | 1.4 | 2만1529 | 4.0 |
학업 중단 학생 수는 제적 중퇴자 및 휴학생을 모두 합한 것임. 자료:한국교육개발원 |
학교 밖 청소년을 돕는 기관 현황 | ||
구분 | 연락처 |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 |
한국청소년상담원 | 02-730-2000 | www.kyci.or.kr |
광주광역시 해밀센터 | 062-232-2000 | www.kycc.or.kr |
경기도 해밀센터 | 031-237-1318 | www.hi1318.or.kr |
제주도 해밀센터 | 064-746-7179 | www.doum1004.or.kr |
한국 청소년쉼터 협의회 | 1588-0924 | www.jikimi.or.kr |
청소년 아르바이트센터 | 02-578-4104 | www.youthalba.or.kr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