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사들은 활에 화살을 걸고 오른쪽 팔을 힘 있게 당겨 과녁을 조준했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겨울바람을 가르며 시원하게 날았다.
각궁(角弓)이라 불리기도 하는 국궁은 삼국시대 때 발명된 것으로 주로 전쟁이나 사냥용으로 사용됐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대 왕과 문무백관 선비들의 오락거리로 애용되기도 했다.
요즘에 국궁은 가족 단위로 심신을 단련하기에 제격이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데 일석이조=국궁장은 서울 석호정 등 11곳을 비롯해 인천 경기 등 전국에 약 360곳이 있다. 등록된 회원은 약 1만8000명.
1년째 국궁을 배우고 있는 김재수 씨(62)는 “퇴직한 뒤 온몸이 아팠는데 활을 쏜 뒤로는 건강을 되찾았다”며 “다리와 팔에 힘을 주고 허리를 세우는 동작을 되풀이하면 전신운동이 된다”고 말했다.
국궁을 시작한 지 5년째인 김정인 씨(51·여)도 “활을 쏘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면서 몸이 젊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 국궁협회 손철현 부회장은 “국궁은 작고 가벼워 명중률이 높은 게 특징”이라며 “6세기 고구려 고분벽화인 무용총 수렵도에 등장하는 각궁과 현재 사용 중인 국궁은 형태가 거의 비슷해 2000년 전통을 가진 최고의 활”이라고 말했다.
▽2개월이면 나도 명궁사=국궁은 서양 활을 스포츠용으로 개량한 양궁과 사용법이 다르다.
양궁은 활이 과녁판에 맞는 위치에 따라 점수가 다르게 매겨지는 반면 국궁은 조준장치가 없고 과녁판에만 맞히면 된다.
거리에 있어서도 양궁은 30∼90m로 다양하지만 국궁은 145m 하나뿐이다.
국궁은 조준장치가 없고 거리가 멀어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활을 쥔 손 위로 과녁을 조준해야 하고 화살을 쏘기 직전에는 숨을 멈춰야 한다. 초보자는 활을 당기는 것조차 힘들다. 하지만 1, 2개월 배우면 누구나 명궁사가 될 수 있다.
석호정 김태우 사장은 “국궁은 하루 1시간만 활을 쏘면 온몸의 균형이 잡히는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라며 “최근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국궁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국궁장 월간 등록비는 3만 원이며 무료로 강습을 해준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 운영된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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