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소녀가장 장혜선양 생활수기 심금울려

  • 입력 2005년 1월 10일 20시 42분


“엄마와 아빠 얼굴은 생각나지 않지만 빨리 커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경북 성주군 월항면 월항초등학교 5학년 장혜선(張惠善·11) 양은 소녀가장이다.

네 살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숨진 뒤 어머니는 언니만 데리고 집을 나갔다.

이 때문에 남동생(월항초등학교 4년)을 돌보며 살림을 꾸리는 일은 고스란히 장 양의 몫이 됐다.

어린 나이에 가장 역할을 하는 게 벅차기는 하지만 혜선이는 전교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성격이 밝은 편이다.

혜선이는 용기를 잃지 않고 선생님이 되려는 꿈을 키우기 위해 글쓰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성주군 전체 초등학생 글짓기 경진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 12월 한국복지재단이 마련한 ‘전국 소년소녀가장 생활수기공모전’에서도 입상했다. 혜선이는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소중한 가족인 할아버지(72), 할머니(70), 남동생을 생각하며 이 수기를 작성했다.

그는 “저희 남매를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시는 할머니께서 갈수록 허약해지는 모습에 마음이 저린다”며 “제가 좋은 선생님이 될 때까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슬픈 달은 8월. 8월 28일이 아버지 제삿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할머니께서 8월이면 작은 논에 심은 벼로 햅쌀을 찧어 ‘너 애비 제삿날 메(제사상에 올리는 밥)로 쓸 것’이라며 눈물을 보일 때면 가슴이 아프다”며 “동생 석현이와 ‘할머니를 잘 모시겠다’고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수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경북도교육청 도승회(都升會) 교육감은 최근 혜선이에게 장학금을 주고 격려를 했다.

혜선이는 “수기 입상자들과 함께 지난해 12월 말 금강산 여행을 다녀왔지만 내가 없는 동안 동생과 할머니가 추위에 힘들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돼 여행이 재미가 없었다”고 밝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게는 누나로서 할 일을 다 하고 아빠 생각으로 눈물 흘리는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녀가 될 것입니다. 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꼭 선생님이 돼 지금의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을 살펴주고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 하고 싶어요.”

담임인 윤광희(尹光熙·57) 교사는 “가정형편은 무척 어렵지만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모범학생”이라며 “어디서 저런 기특한 생각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칭찬했다. 문의 054-932-9013(월항초등학교 교무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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