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카드 또 먹통… 곳곳서 요금 혼선

  • 입력 2005년 1월 11일 17시 59분


11일 서울 시내버스 가운데 절반이 넘는 4800여 대의 교통카드 시스템이 ‘먹통’이 돼 이들 버스가 요금을 받지 않고 운행했다.

이날 사고는 각 버스에 설치된 교통카드 단말기에 ‘악성 데이터’가 전송되는 바람에 발생했다. 서울시내 전체 대중교통을 관장하는 첨단 교통카드 시스템이 악성 데이터나 해킹 등 예기치 않은 전산사고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 것.

이날 시내버스 운행개시 시간인 오전 4시 50분부터 버스 9000여 대 가운데 4800여 대의 교통카드 단말기가 작동되지 않았다. 악성 데이터가 발견되자마자 서울시가 데이터 전송작업을 중지시켜 나머지 버스 4200여 대의 단말기는 정상 작동했다.

서울시는 오전 6시 10분경부터 단말기가 고장 난 버스에 대해 교통카드 이용 승객들을 무임승차시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일부 버스의 경우 기사가 승객들에게 현금을 내라고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는 사고 발생 직후 긴급 복구에 나섰으나 버스 단말기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고쳐야 해 퇴근시간이 돼서야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

▽‘먹통’된 첨단시스템=이날 시스템 고장은 버스에 설치된 교통카드 단말기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에 들어온 시내버스들은 매일 오전 2∼4시 교통카드 단말기에 분실 및 신용불량 카드 정보를 담은 카드 승인 목록(PL)을 무선으로 내려받는다. 신용카드의 거래중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

그런데 11일 오전 한 신용카드사가 전송한 자료에 프로그램 오작동을 일으키는 ‘악성 데이터’가 포함돼 있어 이 자료를 받은 버스 단말기가 모두 작동 불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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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미비로 빚어졌던 지난해 7월의 교통카드 단말기 오작동 사태와는 달리 ‘예기치 못한 단발성 사고’라는 게 서울시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날 악성 데이터는 신용카드사→한국스마트카드→버스영업소→버스단말기 등으로 이어지는 4단계의 전송 과정에서 모두 걸러지지 않았다.

또 일부 버스 운전사들은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승객을 무료로 태우라’는 등의 매뉴얼이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있었다.

▽운송 수입 손해는 누구 책임인가=이날 단말기 오류로 발생한 버스 회사들의 피해액은 일단 시민 부담은 아니다.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가 맺은 계약에 따라 단말기 오류로 발생한 운송수입금 손실분에 대해서는 한국스마트카드에서 각 버스 회사에 전액 배상하게 되어 있기 때문.

한국스마트카드 김정근(金正根) 부사장은 “이번 사고로 손실액이 5억 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내버스 운송수입금 공동관리업체협의회와 각 마을버스 회사에 돈을 물어준 뒤 원인을 제공한 신용카드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또 “신용카드사의 데이터 생성 과정을 일제 점검하고, 단말기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오류 데이터를 걸러 내는 기능을 강화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마을버스를 제외한 서울시내 버스회사들에 2004년 7월 버스준공영제 실시에 따라 지난해 1273억 원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보전액이 14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지원한 금액규모 (단위:원)
연도200320042005년
지원금972억
(보조금)
상반기 보조금 약 570억1450억 재정지원 예정
하반기 준공영제 실시 후 약 700억 재정지원
자료:서울시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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