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포커스]“남편들이여! 휴일엔 나들이를…”

  • 입력 2005년 1월 12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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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이여, 아내에게 사랑받고 싶으면 휴일에 잠 줄이고 나들이 가라.”

최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남편이 어떨 때 싫은가’를 주제로 주부 누리꾼(네티즌)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은 한 주부가 작성해 올린 것이었다. 순식간에 4만여 명이 조회하고, 1400여 명이 답변했다.

주부들이 말하는 남편의 가장 미운 모습은 ‘황금 같은 휴일 집에서 잠만 잘 때(22%)’. 2위는 ‘자기 성격 생각 않고 내 성격만 나쁘다고 할 때(20%)’였다. 그 뒤로 ‘문뜩문뜩 시어머니 성격 나올 때’, ‘술 먹고 늦게 들어올 때’, ‘새벽까지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을 때’, ‘양말이나 옷 아무데나 벗어놓을 때’, ‘생활비도 모자라는데 대책 없이 카드 긁을 때’, ‘죽어라 청소하는데 리모컨 돌리며 TV 볼 때’ 등이 3∼8위에 올랐다.

그 밖에 ‘육아는 신경도 안 쓰면서 둘째 빨리 낳자고 할 때(13위)’, ‘담배 끊어! 알았어! 말뿐일 때(14위)’, ‘지나가다 다른 여자 보고 침 흘릴 때(17위)’, ‘시댁 식구만 챙길 때(18위)’ 등이 눈에 띄었다. ‘한번도 남편이 싫은 적이 없다’는 애교스러운 답변도 3%(9위)나 됐다.

설문을 본 한 남성 누리꾼은 “난 12항이나 해당된다. 이래서 냉전 중인가 보다”면서 “남편들이여, 그래도 기 펴고 살자”고 자조 섞인 ‘파이팅’을 외쳤다. 일부 심기가 불편해진 남편들은 ‘아내가 어떨 때 정말 싫은가’를 묻는 설문으로 반격을 시도했지만 ‘남편∼’ 설문만큼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인터넷을 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사이버상에서 주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주부들의 인터넷 이용률이 75.1%로, 2000년의 39.6%보다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문제뿐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이나 호주제 폐지 같은 사회적 이슈에도 주부들이 여론을 이끌어 가는 일이 흔해졌다. ‘삼종지도(三從之道)’는 옛말, 인터넷이 가정주부들의 모습까지 크게 바꾸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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