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은 관습헌법의 유형을 △제정헌법 이전에 형성됐으나 헌법 제정 때 반영되지 못한 ‘선행적 관습헌법’과 △제정헌법 이후 형성됐으나 헌법 개정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한 ‘후행적 관습헌법’으로 나눠 각각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 부장은 “아무리 정치(精緻)한 성문헌법도 헌법사항을 모두 헌법전에 싣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문헌법 하에서도 관습헌법은 발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관습헌법의 논리가 남용되면 헌법규범의 안정성과 명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선행적 관습헌법의 사례로 ‘수도 서울’을 꼽았다.
김 부장은 ‘수도를 서울에 둔다’고 하는 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 계속돼 온 국가조직에 관한 명료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전쟁 등의 국난이 있었던 시절이나 일제강점기처럼 국권을 상실한 시기에도 우리 민족의 수도로서의 상징성을 상실하지 않았다는 것.
김 부장은 제헌헌법 시행 이후에도 헌법전에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서울이 수도임을 전제, 행정상 특수한 지위를 갖도록 하는 입법을 해 왔다는 점도 논거로 삼았다.
김 부장은 또 국기로서의 태극기와 국가로서의 애국가에 대해서는 “건국 당시는 물론 일제강점기부터 우리나라를 상징하기 위해 널리 사용됐고, 명문 근거 없이도 국민이 상징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관습헌법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어와 한국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우리의 공용어가 한국어란 것은 헌법상 조항이 필요 없는 자명한 사실”이라며 “관습헌법으로서 헌법규범의 일부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그는 후행적 관습헌법으로는 헌법상 북한이 갖는 지위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의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해 북한의 국가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현재의 헌법 현실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국가로 활동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습헌법의 유형별 사례와 근거 | ||
유형 | 사례 | 근거 |
선행적 관습헌법 | 한국어=국어 | -우리나라 국어가 한국어란 점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어서 굳이 규범화할 필요가 없음. -우리나라 공용어가 한국어란 점은 헌법 제정 이전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의 본질적 특성이며, 오랜 습관으로서 국민의 공통적인 합의가 확고히 존재해 왔음. |
태극기=국기애국가=국가 | -건국 당시는 물론 일제강점기부터 우리나라를 상징하기 위해 널리 사용돼 왔고, 그 상징성과 대표성이 인정돼 왔음. -헌법에 명문의 근거 없이도 국민이 법적으로 공통된 견해에 도달한 사항임. -외국에서도 명문화하지 않은 사례가 많음. | |
서울=수도 | -오랜 역사를 통해 계속돼 온 국가 조직에 관한 명료한 사항에 해당함.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전쟁 등 국난이 있었던 시절이나 일제강점기와 같이 국권을 상실한 시기에도 우리 민족의 수도로서 상징성을 상실한 적이 없음. -헌법에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법률 차원에서 서울이 수도란 점을 전제해 행정상 특수한 지위를 가지는 것을 정하는 법률을 제정해 시행해 왔음. | |
후행적 관습헌법 | 북한의 헌법적 지위와 북한과의 합의의 구속력 |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해 북한의 국가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헌법 현실은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사실상 국가로 활동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음. -북한체제와 협상하고 마치 국제조약과 같은 성격의 합의를 체결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음. |
외교통상부의 실무 관행상 존재하는 고시류(告示類) 조약 | -헌법상 요구되는 조약 체결·발효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교통상부 장관의 전결로 체결하는 조약을 말함. -극히 실무적 차원의 조약은 외교행정의 능률을 위해 헌법의 근거 없이 체결하더라도 합헌성을 인정하고 있음. | |
자료:헌법재판소 헌법논총 제15권 |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