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성희]“신문 읽는 네 모습을 보고싶다”

  • 입력 2005년 1월 16일 18시 01분


연말 가요대상에서 누가 무슨 상을 탔는지, 인기드라마 주인공이 무슨 옷을 입고 나왔는지 잘 아는 중학생 딸도 오늘자 신문의 헤드라인이 무엇인지 모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헤드라인이라는 말 자체를 모른다.

얼마 전 기자직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인턴사원 선발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고정적으로 읽는 신문이 있느냐, 아는 기자나 칼럼니스트의 이름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대학생이 “없다”고 말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젊은층의 신문 외면 현상 추세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심하다.

예전에 한 대학생에게 “왜 요즘 젊은이들은 신문을 안 읽느냐”고 물었더니 “신문보다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라고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컴퓨터만 켜면 뉴스가 줄줄이 뜨고, 휴대전화에서 음악도 실컷 들을 수 있고, 도처에 널린 게 재미있는 게임이니 누가 신문을 ‘읽는’ 고역을 치를 것인가.

2004년 수용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가 매일 TV를 보는 비율과 인터넷을 하는 비율이 각각 66%인 반면 매일 신문을 읽는 비율은 21%에 그쳤다.

책이 귀했던 중고교시절 신문은 사회공부의 텍스트였다. 대학시절에는 어제 일어난 시위 기사를 찾아보기 위해 새벽 댓바람에 신문을 집으러 나가고, 찾는 기사가 없거나 작게 취급된 데 분노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튿날 다시 신문부터 찾는 습관이 굳어진 우리 세대의 입장에서는 신문 없이 살 수 있는 젊은층이 신기하기만 하다. 마치 산소 없이 살 수 있는 외계인 같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혹자는 항변한다. “왜 굳이 ‘신문을’ 읽어야 하느냐”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는 채널은 수없이 많으며, 신문 없이도 불편 없이 살 수 있다고. 신문은 구시대의 유물이며 종이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일단 일리는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논리에 대해 ‘리더(leader)가 되려면 신문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정보를 얻는 곳이야 수없이 많지만 비판적 안목을 길러줄 수 있는 것은 신문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송은 시청자의 눈귀를 모두 빼앗기 때문에 몰입하기는 쉬워도 방송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고르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사이버 공간이라는 특성상 떠다니는 정보의 진실성이 의문시된다. 또 인터넷의 정보는 단편적이고 조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안목과 판단능력을 키우기가 어렵다.

공론의 장으로서 신문은 다른 매체와는 달리 일종의 담론구조를 갖고 있다. 신문에서는 논점을 파악하고 논거를 제시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사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논박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세상사를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신문이 편파적이라고? 기사나 칼럼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러면 비판하라. 하지만 논거를 갖고 비판하라.

그래서 말인데, 딸아. 올해부터는 신문을 읽는 네 모습을 보고 싶다.

정성희 교육생활팀장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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