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포커스]노숙자대상 편견 확산

  • 입력 2005년 1월 19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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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의 용의자로 40대의 한 노숙자가 지목되고, 또 다른 노숙자가 실화(失火)로 극장에 불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인터넷에는 노숙자와 관련한 글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여성을 지하철 선로로 떠밀어 숨지게 하고 열차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노인을 살해하는 등 노숙자 관련 범죄가 빈발하고 있어 대부분 이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노숙자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흉흉한 소문까지 개인 누리사랑방(블러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영등포의 한 백화점 여직원이 퇴근길에 노숙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미확인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 측은 여직원들에게 밤늦게 귀가할 때 각별히 조심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처럼 ‘노숙자=예비범죄자’라는 식의 주장이 확산되자 시민단체들은 “노숙자를 범죄자 취급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노숙자를 강제로 격리 수용하라’는 강경론이 넘친다.

누리꾼 ‘ssql90’은 “노숙자들은 술이나 담배를 얻기 위해 언제라도 강도로 돌변할 수 있다”며 “삼청교육대를 부활해 노숙자를 모두 잡아가두라”고 주장했다. ‘vlxjvos’는 “불쌍하게 느껴졌던 노숙자들이 지하철 방화사건 이후에는 무서워졌다”며 “더 이상 사회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따로 수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hgrogo’도 “퇴근할 때 지하철역에서 술 마시고 행패부리는 노숙자를 자주 봤다”며 “만약 이들 중 1명이 기분 나쁘다고 지하철에 불을 지르면 선량한 시민 수백 명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소수의 누리꾼들이 “노숙자도 인간이다. 휴머니즘을 갖고 대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누리꾼은 “노숙자의 범죄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노동력 착취나 인신매매 등 그들이 당하는 범죄는 더욱 악랄하다”며 “조금 이성적으로 생각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로선 다른 누리꾼들의 공격대상이 될 뿐이다. 현재 서울의 노숙자는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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