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장애인 딸 돌보는 구순 노모 ‘애타는 母情’

91세 박태례 할머니가 20일 딸이 보조기구를 이용해 앞마당으로 걸어나오자 뒤에서 부축해 주고 있다. 강진=연합

“나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내 딸은 누가 돌볼까….”

일흔이 넘은 장애인 딸을 수십 년간 뒷바라지하고 있는 구순 노모의 애끓는 모정이 눈물겹다.

박태례(朴泰禮·91) 할머니와 그의 큰딸 김수덕(金秀德·71) 씨가 사는 곳은 전남 강진군 마량면 마량항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수인마을.

스스로도 몸을 가누기가 여의치 않은 박 할머니가 돌보고 있는 김 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이다.

키가 1m도 안 되는 왜소증에다 두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항상 어머니인 박 할머니의 부축을 받아야 하고 청각 능력이 떨어져 말도 제대로 못한다.

박 할머니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시키는 일부터 밥 먹이고 잠시 바람을 쏘이는 일에 이르기까지 한시도 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생활을 70년 가까이 이어 왔다.

박 할머니는 최근 들어 백내장까지 도져 시력이 떨어지고 허리 통증도 심해지는 등 건강이 크게 나빠져 점점 딸 돌보기가 힘에 부친다.

김 씨 말고도 슬하에 5남매를 뒀지만 모두 곤궁하게 살아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 맡아 줄 여력이 못된다.

지난해 이들 모녀의 딱한 사정이 한 방송사의 이웃돕기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모아진 600여만 원으로 7평짜리 조립식 주택을 마련했고, 소액이나마 개인계좌에 전국에서 들어오는 성금 덕에 살기가 조금 나아졌다.

또 매달 50만 원 안팎의 기초생활수급 보조금과 장애수당을 받지만 병원비를 대느라 생활하기가 빠듯하다.

그는 “남의 도움으로 사는데 조금이라도 아끼면서 사는 것이 도리”라며 “당장의 가난보다는 내가 먼저 죽으면 누가 딸을 돌볼지 앞이 캄캄하다”고 걱정했다.

광주=김 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