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들 눈높이맞춘 방학 프로그램 마련

  • 입력 2005년 1월 20일 18시 53분


미술아, 놀자.

미술관이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잔뜩 내놓으며 어린 관람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그림이나 조각 전시는 아이들이 쉽게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에 다양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

막바지에 접어든 겨울방학 숙제를 하느라 어느 미술관에서나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쉽게 눈에 띈다.

최근 몇 년 새 부쩍 불어난 어린 관람객들을 본 미술관 큐레이터들은 “한국의 미술관들이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며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미술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그림도 많아요”
엄마와 함께 삼성미술관 아동미술교육센터를 찾은 어린이들이 이동기의 '꽃밭'그림을 보고 있다. 아톰과 미키마우스가 합해져 아토마우스로 변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권주훈기자

지난해 가을 개관한 서울 지하철6호선 한강진역 부근 삼성미술관 리움에 들어선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전화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개관 전시로 열리고 있는 ‘미술작품과 떠나는 시간여행’은 5000년 전 고대미술부터 미디어아트의 현대미술까지 진귀한 원작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어린 관람객들이 사자형법고대를 조립해 사자 모양으로 맞춰 보거나 미국 현대미술가 프랭크 스텔라의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대로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고미술관이나 현대미술관까지 함께 둘러본다.

충북 진천에서 온 정명 군(11·초등 4년)은 “고미술 상설전시를 보니 사회 과목에서 배웠던 작품들이 나와 있어 신기했다”고 말한다. 정군의 어머니 안미란 씨(38)는 “유치원생인 둘째(7)는 ‘미술작품과 떠나는 시간여행’이 체험식 전시품이어서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미술 400년전, 푸생에서 마티스까지’전은 초중고교 교과서에 나온 작품이 많기 때문인지 학생 관람객들이 적지 않다.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 88명의 작품 119점을 선보이는데 시대와 사조별로 4가지 테마로 전시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삼성어린이박물관은 전시와는 별개의 미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학부모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세계 열두 나라의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하고 있다.

삼성어린이박물관의 ‘가부키의 세계’ 체험

이달에는 중국에 관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화요일 ‘춤추는 용 만들기’ △수요일 ‘알록달록 딤섬 만들기’ △목요일 ‘도전! 중국 문화 탐험’ 게임 △금요일 ‘사자춤과 용춤’ 실연이 이뤄지고 있다. 23일 오후에는 대한쿵푸연맹 강사가 진행하는 ‘꼬마 쿵후 체험’을 열고 평일 오후에는 48개월 미만의 영유아들을 위한 동화구연 프로그램 ‘영유아를 위한 속닥속닥 동화듣기’도 진행된다.

2월에는 일본에 관한 프로그램으로 △화요일 ‘마쓰리(축제) 잉어 만들기’ △수요일 ‘가부키의 세계’ 체험 △목요일 ‘미니 정원 꾸미기’ △ 금요일 ‘고케시 인형 만들기’ 순서가 마련된다. 일본 요리 이벤트와 마쓰리 문화 및 다도 체험도 진행된다.

입장 인원을 제한하므로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관람표를 예매한 뒤 방문해야 한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주요미술관의 미술체험 프로그램
기관프로그램행사 기간 참가비 문의
삼성어린이박물관1월-띵호야 중국체험2월-오하요 일본체험요일마다 다른 내용으로 매일 진행2000∼3000원02-2143-3600www.samsungkids.org
로댕갤러리어린이 아틀리에-고무찰흙 조각교실‘근대 조각 3인전-로댕 부르델 마이욜’ 2월 6일까지 토요일 오후 3시재료비 본인 부담(입장료 별도)02-2259-7783www.rodingallery.org
가나아트센터애들아, 방학엔 미술관에서 놀까?2월 24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1∼3시1만5000원02-379-4864www.ganaartgallery.com
씽크씽크 어린이미술관나뭇잎 달걀판 방패연 수제종이 만들기‘닭의 꿈’ 전시 3월 13일까지1만∼1만5000원 02-562-9611www.thinkthink.net
제로원디자인센터샤크 슈렉 가면 만들기 외샤크+슈렉 서울전시. 2월 6일까지패밀리티켓 1만 원02-413-6564www.zeroonecenter.com
삼성미술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미술 작품과 떠나는 시간여행기한 예정 없음전시 및 체험 무료02-2014-6901www.leeum.org
경기도박물관마티스 피카소와의 만남‘마티스 피카소 어린이 체험교실 특별기획전’ 2월18일까지 매일. 월요일 휴관무료(체험교실은 마감, 관람만 가능)031-288-5300www.musenet.or.kr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서양 미술 400년전, 푸생에서 마티스까지4월 3일까지전시, 입장료 어른 1만 원, 유치원생 6000원, 5세 이상 3000원02-2113-4997www.sac.or.kr

▼관람은… ‘많이’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지금 꼭 키워야 할 우리 아이 숨은 재능’의 저자 윤여홍 씨(CBS 영재교육학술원 소장)는 미술 재능을 키우기에 적당한 시기로 만 4세∼초등학교 저학년을 꼽는다.

윤 소장은 “미술 재능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지능이나 정서 개발을 위해서도 미술관을 찾아 꾸준히 접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삼성어린이박물관 학예연구실 김진희 과장은 체험식 전시 관람을 권한다.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의 ‘미술 작품과 떠나는 시간여행’과 삼성어린이박물관의 ‘세계 열두 나라 문화 체험’을 기획한 김 과장은 “체험식 전시품을 적극 활용해 미술을 몸으로 익히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단순한 관람이라도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이 드니 △작품이 마음에 드니 △작품 속에서 무엇을 볼 수 있니 △작품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니 같은 질문을 자주 함으로써 관찰을 돕는다.

‘서양미술 400년 전, 푸생에서 마티스까지’를 기획한 ㈜지엔씨미디어 강희경 학술팀장은 “아이가 미술관의 모든 그림을 다 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말한다.

강 팀장은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을 발견한다면 몇 번이라도 미술관을 찾아 보여 주라”고 권했다. 그래야 아이가 미술에 흥미를 갖고 미술을 즐길 수 있게 된다.

EBS문화코너를 진행하는 화가 한젬마 씨는 ‘확인하기식 감상법’을 지양하라고 주장한다.

“이게 그 유명한 그 작품이구나 하는 확인하기식 감상법은 미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낯선 그림을 보고 ‘이게 뭐야’ 하면서 나름대로 느끼고 충격을 받는 창의적 감상법이 낫다. ‘서양미술 400년 전’을 보면서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의 의미를 깨닫도록 노력한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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