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는 눈은 다를 수 있으나 역사기술의 보편적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그 원칙이란 똑같은 잣대로 역사를 해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만든 역사교과서라고 해서 한국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북한에는 가혹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반대로 북한에는 너그럽게, 한국에 대해서는 가혹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교과서 포럼’ 참여 학자들은 역사교과서들이 한국에 대해서는 ‘자학사관(自虐史觀)’으로, 북한에는 ‘내재적 접근법’의 관대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제시한 근거는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어느 교과서는 3국 외무장관회의 결의를 거부한 우익계를 간접 비판하며 신탁통치가 무산된 것을 아쉬워하고 있으나 이는 당시 훨씬 높았던 반탁 여론을 외면한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남침(南侵)을 단 한 문장으로 처리하는가 하면, 부자(父子)세습체제 비판과 사회주의 경제의 문제점은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이념적으로 치우친 역사관이 어린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 현실은 큰 우려를 자아낸다.
교과서의 편향된 내용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교과서 포럼’은 근현대사 연구는 민족사적 관점 이외에 정치 경제 등 여러 측면을 같이 고려해야 하므로 국사학이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이 지적에 공감한다. 지식계 전체가 현대사 왜곡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역사의 기본을 갖춘 교과서를 만드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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