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되는 길 A to Z]초·중·고생 준비 이렇게

  • 입력 2005년 1월 24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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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로 직행할까, 아니면 돌아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갈까.

의사가 되고 싶은 초중고교생들은 과거와는 달리 일찌감치 이런 고민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고교 졸업 뒤 대학 의예과로 진학하는 방식이었지만 2003년부터 4년 과정의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서 일반 대학을 나온 뒤 의사가 되는 방법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 변화로 의대에 진학하려면 일반고, 과학고, 외국어고 중에서 어떤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지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따라서 지금 의사가 될 꿈을 갖고 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고교에서부터 대학, 의·치의학전문대학원까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교육체제 변화에 맞게 미리미리 진로계획을 세워놓고 ‘맞춤식’ 진학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고교 선택부터 따져라=서울 구정중 2학년 강민선 양(15)은 의과대학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어머니가 치과의사인 가정 영향 탓도 있지만 어려서부터 사람 몸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요즘도 인체의 기능을 해설한 영어 원서(Discovery plus: Bodyworks)도 틈틈이 보고 있다. 지난해 초 학교에서 실시한 적성검사 결과 신기하게도 보건의학 분야 적성이 95%로 가장 높게 나왔다. 특목고보다는 일반계 고교에 진학하기로 하고 의학 공부의 기초가 될 화학 생물도 미리 배우고 있다.

외국어고 학생들은 2008학년도부터 어문계열 이외의 분야로 진학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종전에는 외국어고에서 이과반을 운영해 여기서 의대 진학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의대에 곧바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외국어고 진학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고는 어떨까. 특히 대입전형에서 수능 과학탐구 영역의 반영비율이 높거나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4과목을 모두 반영하는 경우 과학고 출신이 유리할 수도 있다. 수학과 과학 과목을 일반계 고교보다 심도 있게 배우기 때문에 의예과에 진학해서 예과 2년간 기초생물학, 화학 등을 배울 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의학계열 대입전형 자체만 놓고 보면 과학고가 의대 진학에 특별히 유리할 것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수 학생끼리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내신이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김영일교육컨설팅 김영일 소장은 “의대 진학 목표가 확실히 서 있으면 과학고보다 일반계 고교에 진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3의 2학기 초까지는 진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되는 길 두 가지=고교 졸업 후 바로 의예과로 진학하는 방법 외에 어떤 학과에 다니든지 상관없이 대학 학부과정 4년을 마치고 전문대학원을 통해 의사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의대는 전국에 41개 대학, 치대는 11개 대학에 설치돼 있었다. 입학정원은 의대 3088명, 치대 410명, 한의대 750명이다.

전국 의·치대 중 10개 의대와 6개 치대가 의·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등 의학교육 체제가 점차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가천의대, 건국대 경희대 충북대의대 등 4개 의대와 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치대 등 5개 치대가 2005학년도에 처음으로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 499명을 뽑았다. 가천의대와 건국대의대는 2003학년도부터 의예과 모집을 하지 않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한 경희대와 충북대는 기존 의예과 정원의 절반만 의예과로 뽑고 나머지 절반은 전문대학원에서 선발하는 식으로 병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들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외에 추가로 전환할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은 아직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 도입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의대 치대가 줄고 전문대학원이 늘어나면서 의예과 정원이 줄어 들수록 입학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고교생, 중학생, 초등학생으로 내려갈수록 의대 진학이 어려워질 것이다.

의대 모집 정원을 보면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어렵다. 의대 치대에 지원하기 위한 기준은 대학 소재지나 대학의 유명도와 상관없이 모두 높은 수준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준으로 보면 백분위 성적이 상위 0.5% 이내에 들어야 할 정도로 바늘구멍이다.

▽의사 마인드 기르기=그러나 의사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의대에 진학한 경우 어렵게 의사의 길에 들어서고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학교육평가원 권용진 이사(36)는 “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잘 읽을 때 치료 효과도 뛰어나다”며 “다양한 삶의 방법과 인생에 대해 직접 또는 독서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천의대 문주연 씨도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적성과 상관없이 성적이 우수하고 부모에게 순종적인 경우가 많다”며 “다른 사람과의 상호교류가 서툴거나 싫어서 일찌감치 환자와의 교류가 적은 방사선과 병리학과 등으로 전공을 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엔 봉사활동을 예과의 필수 교과과목으로 넣거나 ‘의학과 문학’ 등의 과목을 개설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의사가 되기를 원한다면 중고교 때부터 착실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입시전문가들은 “중학생 때부터 영어와 과학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도록 권위 있는 영문 과학 잡지를 읽는 것도 좋다”며 “의학계열 대입 전형에서도 과학 내신을 반영하는 만큼 고교 1학년 때부터 착실히 성적관리를 하고 실력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 “의사 되는길 도와드립니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됐지만 일반인이 이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대학원 준비를 위한 학원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어 참고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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