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되는 길 A to Z]‘제2의 길’ 의-치의학전문대학원

  • 입력 2005년 1월 24일 17시 41분


지난해 2월 실시된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입문시험’ 모의고사에서 수험생들이 진지한 자세로 시험을 치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2월 실시된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입문시험’ 모의고사에서 수험생들이 진지한 자세로 시험을 치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해 2월 한 국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는 박지홍 씨(26)는 지난해 같은 대학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다. 대학 때 의사들과 함께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의학도로 변신한 케이스.

박 씨는 “군에서 제대하고 2003년 1학기에 복학한 후엔 거의 물리 화학 생물 유기화학 등 자연과학 중심으로 수업을 들었다”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생겨 뒤늦게 의사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되면서 의대생이 아닌 사람도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교를 졸업할 때 의대를 선택하지 않았거나 혹은 진학할 실력이 되지 못했더라도 ‘우회로’를 거쳐 전문대학원에 입학하면 의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연과학추론 학부 2학년 1학기 수준

의대는 고교 시절 최상위권만 도전할 수 있다. 이런 의대에 비해 전문대학원이 다소 수월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합격이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1단계로 8월경 실시되는 ‘입문시험’인 MEET(의대), DEET(치의대)를 치러야 한다. 과목은 언어추론, 자연과학추론Ⅰ, 자연과학추론Ⅱ 등 3개다. 대학별로 1단계 전형에서 이런 성적을 30∼70% 반영한다.

입문시험의 난이도는 점차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언어추론’에서는 애, 비견, 슬파, 오금, 부아, 구설수, 초미, 미주알 등의 신체 부위와 관련된 어휘를 신체의 위에서 아래의 순서로 나열하라는 문제도 선보였다.

자연과학추론은 물리 화학 생물 등의 영역에서 탐구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지난해의 난이도는 각 전공 학부의 2학년 1학기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전문대학원에 지원하려면 각 대학이 정한 화학 생물 등의 ‘선수과목’을 수강해야 하며 인증기관의 영어 성적을 제출하거나 학교가 출제한 시험도 봐야 한다. 학부 전체의 성적도 좋아야 하며 면접도 강화하는 추세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전문학원인 서울메디컬스쿨 박성진 실장은 “일부 대학은 특별 전형을 통해 본교 출신을 선발하고 있어 다른 대학 출신이 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에서 의학 이외의 학문을 전공한 뒤 의사의 길을 걷는 전문대학원 출신들은 장점도 많다.

가천의대 본과 3학년 문주연 씨(24·여)는 “의대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통계학, 화학, 생물 등을 학부에서 미리 공부한 경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대생에 비해 배경 지식이 있어 의학을 폭넓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생물 화학 전공자 유리

의사 이모 씨는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뒤에도 남몰래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설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화학을 충분히 공부하지 않아 대학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대나 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은 화학과 생물을 고교 때부터 착실히 공부하는 것이 좋다. 올해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학부 전공을 보면 의학 공부의 기초가 되는 화학 생물학과가 가장 많았다.

대학에서 3학기 동안 화학을 전공하다 1991년 의대에 다시 입학한 심병택 씨(36·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본과 1, 2학년까지는 기초의학을 주로 배우기 때문에 화학 전공이 의학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손명세(孫明世) 교수는 “생물은 의대에 입학한 뒤에 배워도 따라갈 수 있지만 화학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뒤에 입학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화학이나 생물학과 전공자는 전문대학원 진학에도 유리하다. 지난해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이세라 씨(24·여)는 “전문대학원에서 요구하는 선수과목이 화학 전공의 필수과목이었던 데다 입문시험의 자연과학추론에서도 화학 분야가 많이 출제됐다”고 말했다.

○ 의사 되기까지 軍포함 15년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은 의대나 치대보다 등록금이 훨씬 비싸다. 사립대는 국립대보다 2배 이상이다. 2005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을 뽑은 가천의대의 경우 입학금을 포함해 한 학기에 913만 원이나 되는 등 사립대는 대부분 900만 원 안팎이다. 치의학전문대학원도 경북대가 510만 원, 서울대 500만 원, 전북대 290만 원 선으로 의학전문대학원보다는 싸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4년간 등록금만 8000만 원 가까이 들어 웬만한 학부모들은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

의사가 되려면 대학 4년→전문대학원 4년→인턴 1년→레지던트 3∼4년에 군대 2년까지 합칠 경우 15년이 걸리는 셈이다. 비용뿐 아니라 장기간의 노력을 기울일 만한 끈기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우리나라가 136명, 일본 206명, 미국 249명, 스웨덴 303명 등으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그러나 인구 10만 명당 의대 정원은 한국 6.4명, 일본 6.1명, 미국 6.5명, 캐나다 6.2명으로 비슷하다.

이런 추세로 가면 2007년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적합한 의사 수’로 규정한 인구 10만 명당 150명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부터 의료인력 공급 과잉도 예상돼 의료인들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사회적 대우나 수입이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현황
전환연도모집연도대학 입학정원
20032005가천의대40명
20032005건국대40명
20032005경희대(병행)55명
20032005충북대(병행)24명
20042006경북대120명
20042006경상대80명
20042006부산대140명
20042006전북대120명
20042006포천중문의대40명
20052007이화여대80명

합계10개교739명
전국 41개 의대 중 10개교 전환 확정. 병행은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병행 대학임.

치의학전문대학원 전환 현황
전환연도모집연도대학입학정원
20032005경북대60명
20032005경희대80명
20032005서울대90명
20032005전남대70명
20032005전북대40명
20042006부산대80명

합계6개교420명
전국 11개 치대 중 6개교 전환 확정.

의·치의학전문대학원 등록금 현황
구분대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가천의대913만 원
경희대800만∼900만 원
건국대900만 원
충북대270만 원
포천중문의대전액 장학금
치의학전문대학원경북대510만 원
서울대500만 원
전남대290만 원
전북대미정
부산대미정
입학금 포함 액수 2005년 기준. 자료:P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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