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사건은 자식까지 둔 30대 주부가 가출 후 동거 중인 연하남과 결혼하기 위해 청부한 사건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개요=서울 강남경찰서는 24일 고모 씨(당시 22세·여)를 납치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살인 및 시체유기) 등으로 심부름센터 직원 정모 씨(40)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돈을 주고 유괴를 의뢰한 뒤 영아를 넘겨받은 혐의(인신매매)로 김모 씨(36·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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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15년 전 박모 씨(36)와 결혼해 아들(16), 딸(13)을 둔 김 씨가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있는 모 나이트클럽에서 최모 씨(31)를 만난 것은 2003년 3월경.
평소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갈등을 겪던 김 씨는 최 씨에게 빠져 들었고 그해 5월경 가출해 최 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불임 상태였던 김 씨는 같은 해 11월 임신했다고 속이고 남편과는 이혼도 하지 않은 채 최 씨와 결혼식까지 올렸다.
김 씨는 결혼 직전인 10월 최 씨를 속이려면 아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 씨에게 7000만 원 지급을 조건으로 영아 유괴를 부탁했다.
이에 정 씨는 처남 김모 씨(40) 및 박모 씨(36)와 범행을 공모한 뒤 병원 신생아실 등을 돌며 유괴를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지난해 5월 24일 오후 2시경 경기 평택시에서 영아를 안고 가던 고 씨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영아는 김 씨에게 넘겨줬다.
이들은 고 씨의 시체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후 “청부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겠다”며 김 씨를 협박해 약속한 돈 외에 추가로 6000여만 원을 빼앗았다.
▽과도한 집착=경찰 조사 결과 김 씨가 최 씨를 속이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혼인 사실을 숨기기 위해 두 번째 결혼식에는 친척을 초대하지 않고 심부름센터 직원 9명 등을 하객으로 동원했다. 김 씨와 유괴 청부를 받은 정씨가 첫 대면한 것도 바로 이때다. 결혼 후에는 “첫 임신이라 배가 크게 불러오지 않는다”며 최 씨를 속였다.
또 지난해 2월경 “미국 친정에서 출산하겠다”고 속이고 친구 집에 한 달가량 머물다 돌아왔으며, “신생아라 비행기 탑승이 어려워 나중에 외삼촌이 데려올 것”이라고 시댁 식구들을 안심시켰다.
청부 착수금 4000만 원도 이때 ‘원정 출산’을 이유로 시아버지에게서 타냈다. 김 씨는 경찰에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최 씨를 붙잡고 싶었으며, 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범인 중 김 씨와 박 씨는 충남 천안시에서 오토바이와 부딪치는 사고를 낸 뒤 뺑소니를 쳐 수배된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노상에서 차량 검문을 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검문 도중 도주하다 붙잡힌 김 씨와 박 씨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이유를 추궁했고, 승용차 안에서 숨진 고 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암매장된 고 씨의 시체는 지난해 6월 15일경 남편 A 씨(38)가 가출신고를 낸 지 19일 만에 발견됐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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