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시설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정작 이런 시설을 지으려면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수년째 쓰레기소각재 매립장을 짓지 못하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주민과 행정당국간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도 새로 만든 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의 운영을 놓고 연일 시위가 벌어지는 등 수도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고질적인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설입지 선정 단계부터 주민을 참여시켜 상호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대부분 입지 선정이 이뤄진 후에 주민들이 이사 온 경우여서 누구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막막한 상황이다.
▽출구 없는 갈등=남양주시와 구리시는 2000년 12월 구리시에는 자원회수시설을, 남양주시에는 소각재 매립장을 지어 양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키로 합의했다.
구리시는 이에 따라 2001년 12월부터 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95t씩 남양주지역의 쓰레기가 반입되고 있다.
반면 남양주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8만6000여 평 규모의 소각재매립장이 들어설 별내면 광전리 주민들과 매립장 부지에서 400여m 떨어진 광릉 숲을 지키려는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이다.
남양주시가 광전리를 매립장 부지로 선정한 것은 1992년. 당시만 해도 주변에 아파트가 없었다. 그러나 1997년부터 매립장 부지 반경 2km 안에 6300여 가구가 입주하면서 주민반발이 시작됐다. 남양주시는 3월 매립장을 착공해 2006년 완공할 예정이지만 거센 주민반발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19일 시운전에 들어간 마포구 상암동의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도 1주일째 상암지구 3단지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시설이 착공된 것은 2001년 11월이고 상암지구 3단지 입주는 지난해 초부터 이뤄졌다.
하지만 주민대책위원회 장문자 공동대표(60)는 “기존 소각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강력한 재활용 정책을 펴면 굳이 마포 소각장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며 “소각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이 시설로 반입된 쓰레기는 1200여t. 서울시는 4월부터 하루 평균 750여t씩의 쓰레기를 소각, 처리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포 소각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마포구와 용산구, 중구, 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의 생활쓰레기 처리에 차질이 생긴다”이라고 말했다.
▽기존 소각장도 ‘개점휴업’=이미 가동 중인 소각장 역시 주민반발로 ‘반쪽’ 운영되는 곳이 적지 않다. 서울의 양천·노원·강남 소각장의 가동률은 전국 소각장 평균 가동률(77%)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경기지역에선 현재 용인시와 안성시 등 2곳에 자원회수시설이 건립되고 있으며 이천시 화성시 양주시 포천시 고양시 등 5곳은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반발이란 높은 장벽 앞에 고전하고 있다.
정찬교(鄭燦敎)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소각기술이 크게 발전해 환경유해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 만큼 무턱대고 소각장 건립에 반대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미생물을 활용해 쓰레기를 처리하는 등 신기술을 통해 소각장 운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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