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기증자격 20~34세 임산부로 제한

  • 입력 2005년 1월 26일 18시 06분


백혈병 등 난치병 치료에 중요한 자원인 제대혈(탯줄혈액)에 대한 정부지침이 처음으로 만들어진다.

보건복지부는 26일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와 1년 6개월간 공동작업을 통해 총 8개 분야로 구성된 ‘제대혈은행 표준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다음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제대혈 관리를 위한 통일된 기준이 없어 검사와 보관 방법이 업체마다 제각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냉동보관 당시의 기록만 믿고 환자에게 이식하려다 뒤늦게 하자를 발견해 환자가 낭패를 보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그동안 의학자 등 전문가들이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법안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내용 들어 있나=제대혈의 채취부터 이식까지 전 과정을 총 8개의 분야로 나눠 일반지침과 세부지침을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공여제대혈의 품질향상을 위해 기증 자격을 명확하게 했다는 것. 지금까지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기증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임신 37∼42주째 출산한 20∼34세의 임산부로 제한했다. 또 각종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병력이 있는 경우, 해외에서 귀국한 지 3주가 지나지 않은 경우도 기증 자격에서 제외했다.

이식 과정에서 ‘부적격’이 발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제대혈을 채취한 직후 검사를 강화했다. 총유핵세포수, 세포 생존율, 조직적합항원검사 등 필수적인 검사는 반드시 하도록 했다. 지침에 따르면 모든 처리를 끝내 냉동 보관할 때도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 채취부터 냉동보관까지 총 36시간을 넘기지 말도록 한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전망은=이번 지침이 시행되면 난립하고 있는 제대혈은행의 옥석(玉石)을 가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제대혈 냉동보관시장은 최근 급속하게 커져 몇 년 새 업체 수만 13개로 늘었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으로 일부 업체는 심각한 자금난을 겪거나 사실상 휴업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됐을 때 100만 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가족제대혈을 보관한 소비자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족제대혈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여제대혈과 달리 보관한 제대혈을 나중에 가족끼리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까지 18만여 명이 가족제대혈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지침은 새로 가족제대혈을 보관하려는 소비자가 업체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번 지침을 향후 제대혈 관련법안 마련의 첫 단추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관계자는 “이번 지침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약점 때문에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대혈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도 “일단 지침을 먼저 시행하고 난 뒤 학회와 업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통해 더욱 강력한 추가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제대혈:

태반이나 탯줄에 들어있는 혈액을 말한다.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있어 골수이식을 대체하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백혈병 치료에 주로 쓰이지만 여기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치료제를 만드는 연구도 활발하다. 각종 난치병 치료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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