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생리공결제’ 도입

  • 입력 2005년 1월 26일 18시 12분


▼남학생 역차별… 다른질병과 형평성 안맞아▼

생리공결제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는 학교의 내신 성적이 합격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직전 시험성적을 100% 인정해준다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발할 것이다.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받은 여학생은 생리를 이유로 다음 시험, 또 그 이후 시험을 치지 않아도 100점을 받게 된다.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 논란뿐 아니라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생리 결석은 출석으로 쳐주고 그보다 더한 질병으로 인한 결석은 출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생리 결석 여학생이 거의 매일 나올 것이므로 학급의 수업 분위기도 흐트러진다.

박종희 고교 교사·서울 강동구 둔촌동

▼‘노는 날’ ‘취약과목 성적올리기’ 악용 우려▼

‘생리공결제’ 소식을 접하면서 ‘왜 이제야 생각했지’라는 반가움보다는 ‘과연 이런 게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악용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한 달에 한 번씩 여학생들이 아무런 불이익 없이 ‘노는 날’로 변질될 수 있으며, 시험 결시 때 직전 시험점수를 100% 인정하는 점을 악용해 ‘취약과목 성적 올리기’ 제도로 전락할까 걱정스럽다. 교육당국은 여학생의 건강권과 모성 보호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특정 단체가 요구했다고 해서 ‘그럼 한번 해볼까’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나라 교육에 또 다른 문젯거리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장희진 고교생·전북 군산시 지곡동

▼생리통 심하면 결석보다 조퇴허용으로▼

혜택을 받는 여학생의 시각에서 보면 생리공결제는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도입에는 반대한다. 생리공결제를 ‘한 달에 한 번 빠져도 되는 날’로 생각하는 학생들의 빈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또한 시험 날 생리공결을 썼을 때 직전 시험 성적으로 대체하는 것은 큰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좋은 성적을 바란다. 직전 성적이 좋은 학생은 생리공결제를 이용하고 싶어진다. 아직 올바른 가치판단의 기준이 완성되지 않은 학생들이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심한 감기라도 병결이 되지 않기 위해 결석 대신 조퇴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생리통이 정말 심한 학생들은 결석보다는 조퇴를 허용해 주는 쪽이 좋을 것이라고 본다.

김현지 고교생·경기 고양시 마두동

▼부모동의서-교사와 상담 등 제도보완을▼

생리통으로 인한 월 1회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고 시험을 못 치를 경우 직전 시험성적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여성 권익보호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무작정 결석을 인정해주면 공인된 결석일로 굳어질 것이다. 결석 시 부모의 동의서나 전화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여의치 않은 학생은 양호교사와의 상담 등을 거치도록 하면 거짓말을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전 시험성적 100% 인정은 재고해야 한다. 시험의 형평성과 공정성은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배려가 필요하지만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여서는 곤란하다. 도입을 하되 장치 보완이 필수적이다.

이용호 회사원·경남 사천시 선구동

▽다음번 독자토론마당 주제는 ‘서울시의 노숙자 강제보호 방침’ 논란입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역에서 노숙자 100여 명이 출입문과 의자 등을 부수며 두 시간 동안 소동을 벌인 사태를 계기로 공공시설에 집단 거주하며 일반 시민의 통행과 시설 이용에 불편을 주는 노숙자들에 대한 ‘강제보호’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거리에서 생활할 수 있는 노숙자의 권리 존중도 중요하지만 세금으로 공공시설 조성에 일조한 시민들이 노숙자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서울시의 방침을 환영하는 여론도 있지만 강제보호는 노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현실성이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론도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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