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가 남매 때려 사망-중상 “폭행 안말린 아버지도 유죄”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18분


법원이 동거녀의 상습적인 학대행위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아 딸이 사망하고 아들이 중상을 입도록 내버려둔 아버지에 대해 상해치사 방조죄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20대 초반에 결혼해 6세 딸과 4세 아들을 둔 신모 씨(30). 신 씨는 전처와 헤어지고 2001년부터 장모 여인(30)과 동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듬해 신 씨가 실직해 장 씨 혼자 가정을 꾸려나가게 되면서 전처소생인 두 아이에 대한 가혹행위가 시작됐다.

장 씨의 폭행은 점점 강도가 세졌고 얹혀사는 처지였던 신 씨는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했다.

지난해 1월 31일 애들이 집에 늦게 들어온 이유를 물었으나 대답을 하지 않자 마구 차고 때려 딸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간이 파열돼 숨졌다. 아들도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

검찰은 장 씨와 신 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신 씨가 직접 폭행을 하지 않았고 장 씨의 폭행이 신 씨가 없는 사이에 주로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아버지 신 씨에 대해 상해치사 방조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항소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김치중·金治中)는 26일 “아이들이 심한 상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 제지하거나 관계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학대를 방조한 것”이라며 신 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신 씨를 향해 “피고인은 옆집아저씨가 아니라 친아버지라는 점에서 직접 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신 씨는 말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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