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방향]“대학 자율 폭 넓혀 경쟁 유도해야”

  • 입력 2005년 1월 28일 18시 19분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취임을 계기로 대학교육 개혁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대학진학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대학졸업자는 늘었지만 대졸자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사람은 넘치는데 정작 데려다 쓸 사람은 없다”며 고급 인력의 수요와 공급 사이에 불일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학 개혁의 방향은 경쟁과 시장원리 도입=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성한 ‘대학 개혁의 청사진, 제2단계의 개혁’은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교육문제 전문가 26명이 주축이 된 교육개혁포럼과 공동으로 마련한 보고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KDI는 보고서에서 1995년부터 시작된 대학교육 개혁에 대해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경쟁 촉진과 시장원리 도입을 뼈대로 하는 ‘제2의 대학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

KDI는 이를 위해 △대학간 인수합병(M&A)의 활성화 △적극적 대외 개방 △대학 입시에서 대학 자율성 확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영리 목적의 전문대학의 신설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고교 간 학력격차를 인정하는 등 내신 성적 제도를 개선하고 대학별 전형자료를 다양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교수 보수 수준을 성과와 능력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요 공급이 맞지 않는 대학교육=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자는 1983년 16만7000명에서 2002년 55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비슷한 학과에 비슷한 전공체제를 유지해 일부 전공은 초과 공급되는 반면 유망산업 전공자는 부족한 상태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28일 “우리나라는 중등교육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대학교육이 문제”라며 “일자리 수요와 관계없이 막무가내로 (대학들이) 자기들 기준에 맞게 사람을 생산해 내고 있어 사회적으로 (일자리와) 전혀 맞지 않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 육근열(陸根烈) HR부문장(부사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면서 “2년 동안 신입사원 1명에게 들어가는 교육비용이 1000만 원이 넘을 정도로 재교육비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쏠림현상’도 경계해야=현재 한국의 대학교육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으며,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교육계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실제로 교육인적자원부는 2009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9만5000명 줄이는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 김광조(金光祚) 인적자원총괄국장은 “경쟁력 강화가 대학의 사명”이라며 “지금 세계적으로 고급 노동력 흐름이 활발해 ‘브레인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논리로만 교육문제에 접근할 경우 ‘쏠림현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쟁과 시장논리만 강조되면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등의 학문이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경쟁논리에 희생될 수 있는 인문학 분야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윈윈’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일반적인 정서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외국의 ‘교육 개혁’▼

세계 각국에서는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 혁명’이 진행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적 수준의 ‘100대 중점대학’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과 교육을 통해 이공계 인력을 양성하고 전 세계 일류기업을 유치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

중점대학에는 국가 예산이 우선 배분되기 때문에 중점대학에 선정되기 위한 지방대학 간의 합병·통합작업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08년까지 대학교육 경쟁력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 미국을 제치고 제1의 교육수출국이 되겠다는 목표로 ‘볼로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 대학의 학점과 학사 제도 등의 표준화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볼로냐 프로젝트의 방향이다.

유럽의 각 대학은 학사제도의 차이, 언어의 다양성 등으로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등 몇몇 영국 대학을 제외하고는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쟁국인 싱가포르도 교육시장 개방을 통한 교육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에는 미국 시카고대, 프랑스의 INSEAD 경영대학원 등이 분교를 설립하거나 공동 교육과정을 개설해 주변국의 우수한 학생들까지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싱가포르 정부는 2007년까지 세계 10대 대학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로 부지 알선 등 행정적 지원과 교육프로그램 등에 대한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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