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득종]교육개혁, 20년후를 내다보자

  • 입력 2005년 1월 30일 17시 49분


교육을 개혁하려면 교육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장관이 돼야 한다는 역설이 있다. 김진표 부총리의 임명은 이러한 냉소주의를 현실로 만들었다. 그러나 신임 부총리에게도 기대되는 역할이 있으므로 그가 교육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점들을 생각해 보자.

최근 스위스의 한 보고서는 한국의 고학력자 비중은 세계 3위지만 교육경쟁력은 30개국 중 28위라고 평가했다. 대학입시로 전 국민이 고통 받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한국 대학이 이 지경에 이르고 그동안 개혁들이 성공하지 못한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학 문제를 야기하는 장본인을 직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그 주범은 바로 기업이다. 기업이 인력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대학개혁은 백약이 무효다.

시스템의 기본은 들어오고(input) 활동하고(thruput) 나가는(output) 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이다. 만약 나가는 흐름이 막히면 그 앞에 병목현상이 생긴다. 대학교육에서 뒷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인력선발이다. 기업에서 일류 대학, 유명 학과 출신 위주로 인력을 선발하기 때문에 뒷문이 좁은 것이다. 이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뱃속에서부터 입시태교를 받는다.

▼기업 인력정책도 감안해야▼

기업에서는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장차 임원이 될 사원도 필요하고, 중간관리자 후보도 필요하며, 당장 쓸 사람도 필요하다. 외국에선 같은 신입사원이라도 능력에 따라 다른 연봉을 준다. 고연봉 사원과 저연봉 사원으로 인력충원 계획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들은 같은 신입사원이면 다 같은 연봉을 준다. 그래서 이왕이면 유명 대학 출신자를 선호한다. 이러한 관행에 발맞춰 학부모들은 교육비를 지출하고, 사교육비가 많이 지출될수록 기업은 그 과실을 향유한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자신의 소관인 대학과 대학입시에만 한정해 대학개혁 방안을 구상했다. 이런 기업의 인력정책은 소관이 아니라 손도 안 댔다. 그러나 이젠 시스템 전체를 관리해야 한다. 다행히 신임 김 부총리는 경제부총리도 지냈기 때문에 대학교육의 뒷문을 열어주기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 말대로 대학도 산업이라면, 그 시장은 가격에 의해 혁신돼야 한다. 미국 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그 학교 졸업생이 2년 동안 받을 평균 연봉을 4년으로 나눈 정도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므로 장차 기대되는 이익에 따라 등록금이 결정되는 게 맞다. 한국에서도 등록금이 자율화되면 국립대와 사립대의 문제, 대학 간 인수합병의 문제, 특정 학과 편중 문제 등이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그동안 등록금 현실화에 대해선 재정경제부가 물가인상 때문에 반대해 왔지만, 이제 재경부 수장을 지낸 김 부총리가 이 문제도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

김 부총리의 기대역할 중 또 하나는 기업과 산업 간의 연계다. 현재 과학기술 및 산업정책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이 그 목표 달성에 기여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4만 달러를 목표로 해야 한다. 지금 대학에서 교육하는 인력들은 20년 후 4만 달러 달성에 써먹을 인력들이다.

▼4만달러시대 인재 키울 때▼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은 다양한 기본소양을 잘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야 상황이 바뀌어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 미국도 유명 대학일수록 기본교육에 더욱 충실하지 않은가. 기업에선 ‘장사와 경영’을 구분한다. 장사는 더하기 빼기만 할 줄 알면 되지만 경영은 철학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까지 가려면 다음 세대에게 그런 통찰력도 가르쳐야 한다.

배득종 연세대 교수·행정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